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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경영권 분쟁은 지속

[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경영권 분쟁은 지속

기사승인 2024. 10. 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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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 5% 이상 지분 확보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최대한 끌어낼 듯
베인캐피탈, 한화, 현대차 등 우호 지분율 유지 전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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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전경./고려아연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간 경영권 분쟁 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청약이 마감되면서다. 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에는 지분 약 5% 이상이 응찰하면서 이들은 38% 가량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같은 기간 진행된 영풍정밀 공개매수에는 실패했다. 공개매수 청약 결과에 따라 MBK파트너스는 주당 83만원에 응찰 지분을 모두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막겠다고 밝혔다.

다만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89만원에 진행하는 공개매수에서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의결권 있는 지분의 향배다. 최윤범 회장 측에서 베인캐피탈이 확보하는 물량은 의결권 행사에 활용할 수 있긴 하지만, 자사주는 의결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에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자사주를 최대한 확보한 이후 우호 측 지분율 유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차근히 소각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번에 확보하는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예정이지만,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약 14만 주는 소각 외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여지가 남았다. 주주총회 등 표대결까지 이어지게 되면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에 응찰한 물량은 110만5163주로, 총 5.3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MBK연합은 오는 17일 공개매수 결제를 마무리하고, 빠르게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회를 장악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영풍 측은 지난 4일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리고, 최소 매수 조건을 삭제하면서 청약에 응한 지분은 모두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수 지분이라도 확보해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에서다. 영풍 측과 최윤범 회장 측 지분율 격차가 1% 미만이기 때문에 소량이라도 지분을 확보하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최소 수량 요건을 삭제하면서 당장 MBK연합이 지분 38% 가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자,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소각 셈법도 복잡해졌다. 지난 11일 최윤범 회장 측은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응해 공개매수가격을 89만원까지 올렸다. 다만 고려아연이 이번에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영풍 측의 지분율과 함께 최 회장 우호 지분율도 함께 변동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은 득실을 고려해 차근히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이후 MBK파트너스 측은 자사주 매입을 최대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연합은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차입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 회장 측은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다. 향후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일단 자사주 매입으로 17.5%, 베인캐피탈 측이 2.5%의 지분 매입 계획을 세웠다. 당초 유통주식수를 20%로 예상해 이를 전량 흡수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MBK연합이 5.3%를 확보한 상황이라 확보 가능 주식수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법적 리스크로 인한 시장 우려를 해소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영풍-MBK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절차 중지' 2차 가처분 심문이 오는 18일 예정돼 있고,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가 진행돼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가 철회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상 이미 진행 중인 공개매수를 철회할 수 있는 사유는 매우 제한적이며, 이번 공개매수가 법원 결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 중인 건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영풍-MBK 측이 제기한 2차 가처분 소송이 1차와 동일하게 기각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동시에 고려아연은 현재 진행하는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임의적립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전날 한 법학 전문가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이 오랜 기간 쌓아온 임의적립금을 주총도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자사주 취득을 하겠다는데, 이는 회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하자,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MBK 측은 그간 고려아연이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자사주 매입에 임의적립금을 사용하는 것은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에 임의적립금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애시당초 해당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배당가능이익에서 임의적립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영풍 측 주장과 관련, 고려아연은 "정관상 중간배당에 대해서만 임의적립금 공제 규정이 있고, 자사주 취득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임의적립금을 사용하는 것은 배임이며 향후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도 불리하다는 주장은 허위일 뿐 아니라 명백한 시장교란 행위"라며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실체 없는 법적 공방을 만들어 수많은 투자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K 측의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고려아연은 "상대의 목표치에는 미달한 결과"라며 "주주들의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정부차원의 대응도 관심사다. 최근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이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보고,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이 갖고 있는 기술이 기간산업 기술이라 매우 중요하다"며 "국가핵심 기술로 지정하면 생산지역 설정 등 복잡한 문제가 많아서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부분도 있어 보호 요청이 없었으나, 지금은 산업전략 차원에서 필요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향후 국외 지분 매각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되면 이러한 투자금 회수 방안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 현 경영진에 유리한 판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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