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효성 칼럼] K-클래식의 부상

[이효성 칼럼] K-클래식의 부상

기사승인 2023. 06. 11. 17: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한류는 한국의 팝 음악, 드라마, 영화, 웹툰과 같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가 그 본류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태권도와 온라인 게임은 독자적으로 본류의 한류보다 더 일찍부터 세계화된 별도의 한류라 할 수 있다. 이들 본류 및 별도의 한류와 함께 또는 그 영향으로 한국의 음식, 패션, 말과 글, 유학, 관광, 찜질방, 노래방 등으로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넘어 생활문화의 영역으로까지 확산되었다.

최근에는 이런 대중문화나 생활문화의 범주가 아닌 교양문화라고 할 수 있는 분야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하나가 문학이다. 국내외의 한국인의 문학 작품들이 점점 더 많이 번역되어 외국에 소개되고 있고, 한국인 문학가들의 국제문학상의 수상도 늘어나고 있고, 그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회수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학보다 더욱 두드러진 교양문화로서 한류가 있다. 바로 유럽이 그 본고장인 클래식 음악이다.

2000년대부터 우리는 거의 해마다 국제적인 콩쿠르에서 한국인의 우승이나 입상 소식을 듣는다. 그래서 이제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K-클래식'이니 '한국 현상'이니 하는 말도 자주 듣게 된다.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 및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의 하나로 꼽히는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의 성악가 바리톤 김태한 씨가 우승했고, 베이스 정인호 씨가 5위로 입상했다(2023.6.4.). 작년의 같은 대회에서 최하영 첼리스트의 우승에 이은 2년 연속 우승이다. 지난해 특히 큰 갈채를 받았던 이는 18살이라는 최연소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 피아니스트였다. 쇼팽 콩쿠르 2014년 우승자 조성진 피아니스트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중앙일보》(2017.11.13.)가 유네스코 산하의 '국제 음악 경연 세계 연맹'(World Federation of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s, WFIMC, 1957년 창립)에 속해 있어 '국제 콩쿠르'라 부를 수 있는 125개 대회의 입상자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우승자는 1970년대 2명, 80년대엔 3명, 90년대 13명이었으나, 2000년대에는 50명으로 급상승했고, 2010~2017년에는 80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변화에는 1977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설립, 199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등의 기여가 컸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영재 연주자 출신인 국제 콩쿠르 입상자만 200명이 넘는다. 최근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피아니스트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등을 비롯하여 순수 국내파들로 콩쿠르 스타들을 다수 배출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서 이런 한국세의 부상을 콩쿠르 현장에서 누구보다 똑똑히 지켜본 이는, 벨기에 공영방송인 RTBF 소속으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현장 중계를 26년째 맡고 있는, 방송 제작자 티에리 로로(Thierry Loreau) 씨다. 그는 "한국 연주자들이 산사태처럼 몰려오는 건 세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현상"이라며 한국 클래식에 대한 다큐를 2편이나 제작했을 정도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상에 K-팝과 K-드라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인 K-클래식도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이 아는 것이 좋다."(《The Korea Times》, 2020.2.25.)고 말했다.

K-클래식의 더 큰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한국 사회가 클래식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그 다양성과 저변을 확대하고, 클래식을 애호하고 지원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이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또 클래식 지망자, 그 가족, 학교 등 관계자들이 지망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격 형성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클래식은 빛 좋은 개살구로 그칠 수 있다. 한국인의 천부적 재능 및 후천적 노력과 열정으로 국제 콩쿠르를 휩쓰는 실력을 기초 삼아 이제 클래식 강국으로 나아가자!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