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김이석 칼럼] 공익제보자가 두려워 숨어 살게 해서는 안 된다

[김이석 칼럼] 공익제보자가 두려워 숨어 살게 해서는 안 된다

기사승인 2023. 10. 19. 18:3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김이석 논설실장
논설심의실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공익신고 했던 조명현씨가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정감사 방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저 A씨로만 알려지던 그가 실명으로 얼굴을 공개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로 결심한 것도 대단한 용기를 낸 일이었지만, 뒤늦게 민주당의 반대로 참고인 출석이 무산된 후 기자회견을 한 것도 다시 용기를 낸 일이었다.

조명현씨는 "죄를 인정하지 않은 채 이재명씨가 버젓이 민주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감 참고인 요청이 두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재명씨 측 인사들이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볼 때도 여전히 두려웠다고도 했다. 아마도 이재명씨의 주변 인물들 가운데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경우가 있어서 더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두려움을 누르고 비록 무산됐지만 정무위원회 참고인 출석을 결심한 것은 아마도 기자회견장에서 그가 밝힌 억울함과 답답함이 배경이 된 것 같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잘못한 이 대표는 당당한데 나는 왜 숨어 지내며 신용불량자까지 돼야 하느냐?"고 했다.

이처럼 용기를 낸 조명현씨가 국회의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나서지도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회야말로 혈세가 잘못 낭비된 일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하는 곳이고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의혹은 조씨의 표현처럼 "혈세를 사적으로 유용하고 공무원을 하인처럼 부린" 일이기 때문에 이와 직접 관련된 사안인데도 정파적 이익을 고려해서 아예 그가 이야기할 기회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법인카드 유용 문제를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고 마치 조씨가 여당과 짜고 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는 국민의 인식과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조명현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매달 샌드위치값 100만원씩 법인카드에서 빠져나간다는 것, 그것이 도청 공무원들에 의해 결제된다는 것, 그걸 이재명이 몰랐을 리 없다."

마침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김동연 경기지사조차도 이번 법인카드 유용 사건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자체감사 결과 61~100건 정도의 법인카드 유용이 의심되어서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힌 마당이다. 비록 대장동, 백현동, 위증교사 등 다른 여러 사법적 리스크로 이재명 대표가 분주하겠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는 모르고 있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

조명현씨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호각을 불어 문제를 알리는 공익제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은밀하게 벌어지는 반사회적인 사태가 빚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이런 공익제보자들을 잘 보호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법도 제정한다.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 하는 것은 내부자들로부터는 '배신자' 소리를 듣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기에 이들이 공익신고를 한 후에도 안정감을 가지면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조명현씨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힘들게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경우나 김태우씨의 경우도 그들의 폭로 내용이 공익 신고인지 기밀 누설인지를 두고 말이 많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런 폭로가 사회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는 데 기여한다면 그런 폭로를 한 사람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정치적 환경이 문제가 있어서 조명현씨가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려던 것이 무산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가 기자회견을 한 것은 자신이 당당하여지고자 한 것을 잘 지킨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그대로 움츠러들었다면 그가 용기를 내어 공익제보를 한 것이 무산됐을 텐데 이제 상황은 또 달라졌다.

법인카드 제보자인 조명현씨의 경우는 비록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이 조명현씨가 더 이상 불안해하면서 숨어 살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성공적인 내부 공익신고자'의 사례를 만들어야 제2, 제3의 조명현씨가 등장할 것이고 그 덕분에 우리 사회는 잘못된 문제들이 고쳐지고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관례가 형성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