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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시원한 ‘양 날개론’ 비판, 지도자 덕목의 실천일 뿐

[김이석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시원한 ‘양 날개론’ 비판, 지도자 덕목의 실천일 뿐

기사승인 2023. 08. 3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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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윤 대통령의 '양 날개론' 비판: "날아가는 방향이 다른 두 날개는 새를 날게 할 수 없다"

대선 과정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소신 발언이 화제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새가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 두 날개로 난다는 소위 "양 날개론"을 비판하고 두 날개가 다른 방향을 추구하면 새가 날 수 없다고 했다. 평범한 진실을 말한 것 같은 이 말이 품고 있는 의미는 매우 크다.

윤 대통령은 오·남용되던 '양 날개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지난달 25일 '국민통합위원회' 출범 1주년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는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새의 두 날개가 기초하는 원리가 양립될 수 없는 모순된 것이라면 그 새는 날 수 없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게 상식인 양 취급되어 왔다. "왼쪽 날개는 말 그대로 좌익(左翼)이고 오른쪽 날개는 우익(右翼)이다. 좌익은 대개 경제적 자유보다는 결과적 평등을 중시하는 데 반해 우익은 반대로 경제적 자유를 중시한다. 흔히 정치학자들은 이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를 추구하는 정당들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정치를 해나간다고들 말한다.

◇시대착오적 투쟁과 혁명을 시도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렇게 단언한다. "시대착오적인 투쟁·혁명 같은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

좌와 우의 의미를 약간 다르게 해석해서 왼쪽 날개를 "급진적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지칭하고 오른쪽 날개를 "점진적인 사회 변화"를 추구한다고 본다면, 만약 변화의 방향이 같다면, 이 두 세력이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쪽은 사유재산제도를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반면, 다른 쪽은 사유재산을 철폐한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체제를 지향한다면, 이 두 세력은 공존할 수 없다. 한쪽이 다른 쪽을 배제한 후에야 그 새는 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공산주의 체제를 이룰 수단으로 시대착오적인 투쟁이나 혁명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이들을 뿌리 뽑을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이들과의 '협치'는 불가능하다.

사유재산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 체제와 이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체제 간의 체제 경쟁의 결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밤에 한반도를 내려다본 위성사진을 보면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는 불빛이 없는 깜깜한 밤바다처럼 보이지만 시장경제 체제인 대한민국은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모든 정보가 알려진 상태에서 자유로운 '발로 하는 투표'를 한다면 남쪽으로 향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정치지도자는 이론과 믿음 체계를 요약한 "이념" 언급할 필요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정율성 공원" 관련 논란도 결코 "철 지난 이념 논쟁"을 재연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피를 흘리면서 싸운 한국전쟁 때 인민군과 북한군의 군가를 작곡한 이를 기리는 공원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을 크게 벗어났다. 그런 비상식도 문제지만, 이런 공원을 만든다는 것은 다르게 보면,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쟁이라는 반인륜적 수단을 통해서라도 부정하려는 세력까지 수용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실 이념은 하나의 믿음 체계 혹은 이론 체계를 집약적으로 요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유재산제도가 번영하는 경제를 이루기 위한 기본적 제도이자 개인들이 이를 바탕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이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면서 '사유재산제도의 보호'라는 이념이 등장할 수 있다.

정치 지도자는 특히 혼란과 혼동의 상황일 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명확한 언어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이념'일 수 있지만, 그렇게 말할 줄 아는 것이 정치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양 날개론"을 비판하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은 이런 지도자의 덕목을 실천한 것일 뿐이다.

◇주사파가 득세한 우리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그런 소신 발언이 더욱 필요

우리 사회는 운동권, 특히 '주체사상파(주사파)'의 영향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민주노총의 간부들이 북한에 충성 맹세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런 윤 대통령의 소신 발언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소신 발언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가 풀어가야 할 국가의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이런 과제들을 풀어가려면 거대 야당과의 협조가 불가피하고 국정 책임을 맡은 정부와 여당이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시원한 소신 발언은 소수의 지지층을 결집할지는 몰라도 야당의 반발을 부르고 협치를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우리의 가야 할 큰 방향을 잘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것을 기치로 내세운 것은 우리가 번영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우리를 번영으로 이끄는지 끈기 있게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을 우려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명확한 언어로 발언하는 것을 조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런 큰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치밀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더욱 분발해 줄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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