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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혜경, 마음이 따듯한 노력형 천재

[인터뷰] 안혜경, 마음이 따듯한 노력형 천재

기사승인 2024. 03.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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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산소 같은 존재"
"'골 때리는 그녀들', 일주일에 8~9번 축구 연습"
"기회 된다면 다양한 캐릭터 연기하고 싶어"
안혜경이 최근 연극 '정동진'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스튜디오더무로
배우 안혜경은 팔방미인이다. 연기면 연기, 운동이면 운동까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뛰어나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활동 영역을 넓히며 풍부한 경험을 쌓고 있다.

안혜경은 지난 3일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극단 '웃어'가 제작한 연극 '정동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작품은 연인에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당한 주인공 정동진이 정동진에 머무르며 각양각색의 사랑과 사람들을 만나 정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안혜경은 걸크러시지만 따듯한 마음을 가진 여인 민영 역을 연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혜경은 "늘 일 년에 한 작품씩 작품을 해와서 이번 공연도 잘 마무리했다"면서 "매년 겨울에 공연을 했더라. 4월에 공연한 적은 한 번 있었고 그 외에는 다 12, 1월에 관객들과 만났다"고 했다.

'정동진'과는 두 번째 인연이다. 2018년 처음 무대에 올렸을 당시에는 주인공 동진 역을 맡았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에서는 민영 역으로 색다른 연기에 도전했다.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트리플 캐스팅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11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3명의 배우가 캐스터로 함께 한다. 배우들 각자가 소화하는 캐릭터 매력에 관객들은 푹 빠졌고, 이는 곧 여러번 관람하는 N차 관람으로 이어졌다. 실제 첫 공연의 70%가 넘는 객석은 안혜경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로 가득했다.

안혜경 정동진
배우 안혜경이 지난 3일 막을 내린 연극 '정동진'에서 민영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제공=스튜디오더무로
"극단 '웃어'는 10명, 외부 단원은 20명으로 구성돼 있어요. 모든 배역이 트리플 캐스팅이라 인원이 많았어요. 두 달을 함께 연습했고 배역들이 섞어서 캐스트를 짰기에 매일매일 달랐죠. 그 애들과 매일 함께 있다가 안 보게 되니 허한 느낌이 있어요. (지금 당장) 대학로에 가야 할 것 같고, 휴대폰 단톡 채팅방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일을 하니 이런 마음이 덜한데 연극을 처음 했던 친구들은 더 허해서 연락이 왔어요."

'웃어'는 2014년 만들어진 극단으로 안혜경은 창립 멤버다. 마음이 맞는 배우들과 함께 "소극장이라도 좋으니 1년에 한 작품이라도 하자"라는 마음으로 10년째 지켜오고 있다. 데뷔작 '춘천, 거기'를 시작으로 '가족입니다' '섬마을 우리들' '임대아파트' '사건발생 일구팔공' '월드다방' '독' 등 많은 작품을 올렸다. 연극은 그녀를 숨 쉴 수 있게 해 준 '산소'와도 같은 존재였다. 특히 '사건발생 일구팔공'에서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순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테일하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풀어낸 순희는 관객들마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완벽했다. 짜릿한 순간이었다.

"저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신 것 같아요. '안혜경은 예쁜, 캔디처럼 말괄량이 역할을 할 거야'라고요. 오히려 순희 역을 맡았을 때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봤어요. 도전이었고 정말 고마운 작품이었죠. 장애를 겪고 계신 분들이 모인 극단이 있는데 일부러 찾아가 연극도 보고 제가 살고 있는 김포 복지재단에 가서 봉사활동도 했어요. 그때 행동과 특징을 많이 보면서 스스로 캐치했던 것 같아요. 대사 할 때도 좋고요. 사실 눈에 뵈는 게 없었어요.(웃음) 눈도 다양한 시선으로 떠보는 등 다채로운 연기를 펼쳤어요. 저희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하기도 해요. 연습 많이 하는 극단으로, 생활연극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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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이 최근 연극 '정동진'으로 관객들과 만났다/제공=스튜디오더무로
공자는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고 했다. 이는 안혜경을 위한 말이다. 연극뿐 아니라 현재 방송 중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불나방' 소속 축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작품 속 캐릭터에 몰입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팀의 승부를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장르들이기에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힘든 순간도 있을 테지만 안혜경은 즐겁게 즐기고 있다.

"축구 연습은 일주일에 8~9번, 스케줄을 제외하고는 운동을 해요. 축구는 승부고 진심이에요. 안 하면 안 되게 돼 있어요. 이기려면 해야 하죠. 개인적인 팀 연습만 했는데도 안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개인적인 팀 연습만 했는데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똑같을 거예요. 처음에는 팀 연습만 했는데 욕심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코치님들께 개인 연습도 받아요. 처음에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진심이에요. 온몸에 멍이 들었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 되죠.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FC 불나방
안혜경이 SBS 예능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에서 FC불나방으로 활약하고 있다/제공=안혜경 SNS
그야말로 '노력형 천재'다. 하지만 안혜경은 겸손했다. "재능적으로 훌륭하지 않다"며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우며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축태기(축구+권태기 합성어)가 온 적도 있어요.(웃음) 하는 것에 비해 결과·성과가 나오지 않았죠. 그럴 때 '결국에 '남들보다 즐겁게 하는 것만큼 이기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내려놓은 부분도 많아요. 하지만 하는 만큼 돌아와요. 늦게 시작한 거고 팀 스포츠에 어울릴 수 있는 예능을 만들어가는 게 좋아요. 물론 운동도 있지만 여자 연예인이 모여 함께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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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FC불나방' 소속 골키퍼로 맹활약 중이다./제공=안혜경 SNS
안혜경은 2001년 MBC 기상캐스터로 똑 부러진 진행과 예쁜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6년에 프리 활동을 선언하며 연기, 방송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그중 가장 매력은 느낀 건 연기였다.

"기상 캐스터 시절 서바이벌부터 드라마에 카메오도 출연했는데 그런 것들이 즐거웠고 연기자라는 게 매력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연기 한번 해볼래?'라고 하는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고 한 번 해보고 싶은 도전정신 같았어요. 그때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로 시작했죠. 저에게 긴 장편이자 긴 호흡의 드라마였죠. 첫 시작이 힘들긴 했는데 저에게 좋았던 과제였고 숙제였죠. 이걸 계기로 '드라마를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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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이 2006년 MBC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제공=스튜디오 더 무로
시작이 좋았다. 안혜경은 '천하무적 이평강' '바람 불어 좋은 날' '학교-2013' '위대한 조강지처'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연기를 해오다 공백기가 생길 때가 있었는데 그때 연극을 접하게 됐어요. 연기의 기본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해 극단 웃어 '웃어'(2009)에 들어갔어요. '무대에 서는 게 이런 기쁨이고 이런 긴장감을 주는구나'라는 생각에 너무 좋았고 그걸 계기로 하나씩 하게 됐죠. '저는 연습실에서 비참할수록, 무대에서 화려하다'는 그 말을 믿어요."

배우로서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든 걸 해보고 만들어 싶다. "요즘은 연극에서 발판을 만들어 매체 연기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잖아요. 연극을 놓고 싶지 않은 게 연기를 놓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연기를 하고 싶고 연기자로 살아가려면 무언가는 꾸준히 갖고 가야 하는데 이 감을 놓고 싶지 않거든요. '연극에서 하는 걸 매체에서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어요. 기회가 된다면 라디오 DJ도 해보고 싶어요."

안혜경봉사활동
안혜경이 유기견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제공=스튜디오더무로
안혜경은 마음이 따듯하고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따듯한 사람이었다. 주변에 있는 배우·동료·관계자들을 알뜰살뜰히 챙긴다. 뿐만 아니라 바쁜 일정을 쪼개서 유기견 봉사, 연극을 통해 인연이 된 김포 복지재단 홍보대사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봉사도 삶의 이유가 돼 버렸다.

"강아지를 좋아해 유기견 봉사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어요. 그때 (이) 효리가 '유기견 봉사 갈 건데 너도 한번 가볼래?'라고 해 그때 방법을 알게 됐죠.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는 마음이 생겨 한번이 아니라 꾸준히 가게 됐어요. 제가 수의사·애견미용사가 아니라 더 해줄 순 없지만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친구, 극단 멤버들도 봉사활동에 데리고 가곤 해요."

남은 2024년도 연극과 '골 때리는 그녀'와 함께 보낼 예정이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나를 왜 안 찾아주지?'라며 절망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럴 때 '연기할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만들어 준 곳이 연극이에요. '여기 아니었으면 숨을 못 쉬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 올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골 때리는 그녀들'은 '불타는 청춘'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40대 인생을 꽃피워준 게 아닐까 싶어요. 마흔두 살에 '불타는 청춘'에 나갔는데 저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들어낼 수 있고 막내여서 좋았어요. 그런 것들이 꾸준히 연결 돼 결혼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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