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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국민명령下] 의료도 ‘서울공화국’…“지역의료 강화, 지금이 골든타임”

[의료개혁, 국민명령下] 의료도 ‘서울공화국’…“지역의료 강화, 지금이 골든타임”

기사승인 2024. 03.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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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광역시·도 17곳 중 12곳 평균치 이하
서울 10년간 부동의 1위…평균 1.5명 늘어
공보의마저 10년간 감소…현역 지원 많아져
"지방 의대 증원과 정부 지원도 함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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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뿐인 생명인데, 수술은 서울 대형병원에서 받아야죠."

지방에서 서울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환자들은 왕복 4~5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SRT 종착역인 서울 수서역 앞은 강남 유명 대학병원과 대형병원를 목적지로 하는 셔틀버스가 수 십분 간격으로 들락날락한다.

이들은 소위 '실력있는' 의사는 모두 서울에 있다고 말한다. 제1야당의 대표도 수술을 받기 위해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고, 편법 재테크 의혹이 불거진 고위공직자는 "지방 사시던 부모님이 휘귀병을 앓아 서울 대학병원 근처에 모셔야 했다"고 울먹이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그나마 지역 의료를 지탱하고 있던 공중보건의사(공보의)수 마저 매년 줄어 서울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방의대 학생수를 대폭 늘려 지역 의료 활성화에 사활을 건 것은 더 늦으면 불균형을 해소할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간 서울 1.2명 늘 때, '평균이하'는 0.5명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주요 광역시·도 17곳 중 11곳의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수가 전국 평균치인 3.2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5명)은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광주(3.9명), 대구·대전(3.8명), 부산(3.7명)이 뒤를 이었다. 전북은 전국 평균과 같았고 나머지 11개 지역(인천·경기·강원·제주·전남·경남·울산·충북·충남·경북·세종)은 2.1~2.7명을 기록했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지난 10년간 서울이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는 것이다. 수치도 2013년 3.8명에서 10년 후 5명으로 1.2명 증가했다. '평균 이하' 12개 지역의 평균치가 2013년 약 2명에서 2023년 2.5명으로 한 사람도 채 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이 같은 문제는 의료계 역시 깊이 공감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소속 임선미 연구원은 지난 2020년 12월 발간된 의료정책포럼에서 "의료접근, 이용 등을 포함한 의료자원의 지역 간 차이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은 국민이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좋은 질의 의료서비스 접근이 가능하거나 그렇지 않은 격차를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공보의 '이탈'…지역은 누가 지키나

지역 의료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보의들도 긴 복무기간 등을 이유로 지난 10년간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공의들의 대체 인력으로 공보의들이 투입되는 등 악재가 겹치며 지역 의료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환자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공보의는 일반의·전공의·전문의 등 자격을 가진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면서 군 복무를 대체하는 제도로 복무기간은 3년이다.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공보의 3502명 중 △전남 637명 △경북 546명 △경남 413명 △충남 384명 △전북 372명 △강원 306명 등 순으로 배치된 바 있다.

문제는 공보의 인원 자체가 긴 복무기간 등을 이유로 계속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공보의(의과·치과·한의과)는 2013년 3876명이었으나 2023년 3175명으로 701명이 감소했다. 의과로 좁히면 2013년 2411명에서 2023년 1432명으로 979명이 축소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의대생, 전공의, 공보의, 군의관 1395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90%에 가까운 인원이 공보의·군의관 복무 기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예 일반 현역병을 택하겠다는 인원도 점차 많아지고 있어 지방 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역 출신이 결국 지역 간다…인프라 조성해야"

서울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인원'을 늘리는 한편 '환경'도 함께 조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지방 의대 인원 자체를 키우는 것이 첫 단계다. 실제 지방에서 나고 자란 인원이 해당 지역을 맡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의료정책연구소가 2020년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의대 졸업지역이 광역시·도인 경우 지방 근무 비율은 각각 60.1%와 39.5%로, 수도권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지방 근무 비율인 13%를 앞섰다. 전공의 수련을 광역시·도에 받은 경우의 지방 근무 비율도 각각 83.4%와 65.6%로, 수도권에서 수련받은 인원이 15.6%인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났다.

지방에서 학습을 마친 인원을 잡기 위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임 연구원은 "인구규모가 작은 지역에서의 필수적인 전문 의료기관들은 충분하지 못한 예산과 지원 한계로 운영이 곤란하다"며 "실제 정부에서 의료 취약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는 지역조차 예산지원이 모두 이뤄지지 않고 일부 지역에만 한정돼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일 2025학년도에 적용될 의대 정원을 총 2000명 늘리면서 82%인 1639명은 비수도권에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에는 '0명'을 배치해 지방 의사 수를 확충하고 지방 거점 국립대의 의대 정원과 교수, 시설 등을 대폭 확충해 '빅5' 병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의료 문제는 하나의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의사 배출까지 10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하는 것"이라며 "지방 의대 자체가 지역 인재 전형 등으로 해당 지역 출신들을 많이 뽑을 것이고, 그러면 지역·필수의료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6~7년 뒤부터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다가 10년 후 본격적으로 분위기가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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