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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의 운명

[이효성 칼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의 운명

기사승인 2023. 07. 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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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정식 군대 외에도 공공연히 별도의 사병을 두었다. 와그너 그룹이라는 용병 집단이다. 그 수장은 푸틴의 요리사였던 측근 프리고진에게 맡겼다. 이들은 푸틴의 지시에 따라 크름 반도 합병과 국제 분쟁에의 개입 등에 활용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었다. 프리고진은 이들을 이끌고 나름대로 전과도 올리는 등 고군분투했으나 군 지도부가 자신들에게 무기를 제대로 공급해 주지 않는다며 군 지도부와 알력 다툼을 해왔다. 그러다 끝내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을 응징하겠다며 지난달 23일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자신들이 싸우던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어 러시아 서남부에 있는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시에 있는 군 사령부를 장악한 후 모스크바 쪽으로 진격하여 200㎞ 지점까지 이르렀다가 벨라루스 대통령 루카셴코의 중재로 갑자기 벨라루스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반란은 수습이 되었으나 푸틴은 창피를 당했다. 프리고진은 푸틴에게 큰 타격을 준 것이다. 그래서 서방의 관찰자들은 푸틴의 권좌가 흔들리고 있다거나 푸틴의 리더십에 균열이 갔다거나 푸틴의 종말이 시작되었다거나 하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부메랑이 되어 푸틴 자신에게 날아들고 있다. 그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름 반도를 침략하여 단숨에 점령하고 병합하여 러시아인들로부터 강한 지도자로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로 인해 러시아는 G8에서 쫓겨나고 미국과 서구의 경계의 대상이 되었으며, 우크라이나는 서구 편으로 기울면서 절치부심하였다. 그런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수립하려고 푸틴은 특수 작전이라며 가볍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러나 1~2주면 친러 정부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침략은 우크라이나의 결기 어린 저항과 서방의 무기 지원으로 16개월여를 끌면서 러시아와 푸틴은 전쟁의 늪에 빠져버렸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 군과 푸틴은 군부의 부패와 무능, 그에 따른 전략의 부재와 형편없는 전투, 러시아 무기의 후진 모습, 러시아 병사들의 사기 저하와 낮은 규율 등으로 망신을 샀다. 수만 명의 병력을 잃어 그 가족들과 징병의 대상인 젊은이들의 원망을 사고,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경제도 어려워지게 되었다. 게다가 중립국이었던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조차 더욱 확실하게 서방의 편에 서게 했다. 여기에 프리고진이 반란까지 일으켜 푸틴을 궁지에 몰아넣고 그의 권력에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푸틴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의기양양하게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으나 그 침략은 이제 점점 자신의 권좌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이것은 21세기 대명천지에 독재를 하고 그 독재를 합리화하려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불의한 처사의 사필귀정이다. 이제 푸틴은 진퇴양난에 처했다. 그는 지지부진한 전쟁을 마냥 끄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임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전쟁을 끝내고 싶겠지만 별 성과도 없고 더구나 우크라이나가 의욕적인 대공세를 펴오는 전쟁을 끝내자는 협상은 어려울 것이다.

프리고진이 일으킨 반란으로 러시아 정정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대공세가 힘을 받게 되면 러시아가 크름 반도를 잃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푸틴의 권좌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푸틴에게 굴욕을 안긴 채 의외로 쉽게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아마 프리고진의 반란과 그 여파를 가장 예의주시할 이들은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일 것이다. 강제로라도 대만 합병을 꿈꾸는 그들의 행동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결말이 주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재는 겉으로는 강한 것 같아도 그 독재를 강화하고 정당화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전쟁 등 무리한 일을 벌이다가 그로 인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독재의 그런 모습을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여 전쟁의 수렁에 빠진 데다 반란까지 일어나 곤경에 처한 푸틴에게서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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