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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중 관계를 위한 조언

[이효성 칼럼] 한중 관계를 위한 조언

기사승인 2023. 06.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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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 정책에 대해 도를 넘는 작심 발언을 쏟아 냈다. 그는 한중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 관계"라서 중국 정부는 한중 관계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대만 문제)을 존중하지 않아 한중 관계가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한국을 탓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은 "분명 잘못된 판단"이며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싱 대사의 발언을 구한말의 원세개의 언행에 비견하는 이도 있으나 음모와 배신을 일삼고 한국을 속국시했던 안하무인적 모리배의 언행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싱 대사의 발언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견강부회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한 협박성 표현으로 외교적으로 큰 결례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싱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하여 그의 발언이 "다수의 언론 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이는 비엔나 협약과 관례에 반하며,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 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엄중히 경고했다고 한다. 마땅한 조처였다고 사료된다.

하지만 싱 대사의 이번 발언은 어쩌다 일어난 외교적 실수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가 더욱더 밀착되어 감에 따라 중국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견제가 더 커지고 그 결과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점점 더 고립되면서 나타난 중국의 허세적 반응 중 하나다. 예컨대 최근 프랑스의 루샤에 주중 대사는 발트 3국 등 소련의 일부였던 나라들이 중국 비판의 선봉으로 나서자, 그 나라들은 제대로 된 주권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여 당사국들뿐만 아니라 EU의 집단 반발을 샀다. 필리핀이 친미로 돌아서자 주필리핀 중국 대사는 "필리핀에 대만 독립에 반대하라고 권고한다"고 노골적인 내정 간섭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들 발언은 중국의 고립에서 오는 초조함의 외교적 반응이다.

싱 대사의 발언은 일종의 협박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간의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해 달라는 애원이기도 하다. 예컨대 싱 대사의 발언 가운데, "중국 정부는 한국과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고, 그래서 일념으로 중한 관계를 잘 발전시키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다"라거나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말들에서 그런 중국의 속내가 잘 드러난다. 지금 미국과 EU가 모두 중국과 경제적 단절이 아니라 안보와 첨단 기술에서 위험 제거만을 강조하는 마당에 우리만 불필요하게 단절로 나아가지 않도록 중국과의 관계를 잘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우리 정부 관계자의 더욱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

한중 관계에서 언행에 신중한 자세는 중국에 더 요구된다. 중국은 동북 공정을 통한 한중 역사 왜곡, 한국 전쟁에서 중국군의 개입을 항미원조(抗美援朝)로 미화하는 행위, 김치나 한복 등에 대한 터무니없는 주장, 사드를 구실로 한 한한령, 동경 124도를 경계로 황해의 영해화, 걸핏하면 중국의 조야에서 쏟아내는 한국에 대한 거친 언사 등으로 한국인의 반중 정서가 매우 커졌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에서 큰 시장을 얻었고, 중국은 한국에서 제조업이나 문화 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웠다. 서로 일방적 관계가 아니다.

더구나 지금의 한국은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 파워(문화 산업)에서 세계 유수의 선진국이다. 이제 한국은 그 누구에게도 할 말을 할 수 있는 위상에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걸핏하면 대국 운운하며 한국을 겁박하는 듯한 태도와 언행으로 한국인들의 마음을 중국에서 멀어지게 해왔다. 중국이 한국과 앞으로도 계속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느냐는 국제 정세에도 달렸지만, 더 많은 부분이 그 한 축인 중국의 자세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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