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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 대기업 소유주의 비전과 추진력

[이효성 칼럼] 한국 대기업 소유주의 비전과 추진력

기사승인 2023. 04. 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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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 되었다. 그것도 철강, 조선, 자동차, 가전, 방산 등과 같은 중요 전통적인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반도체, 2차 전지, 바이오 등과 같은 미래의 먹거리로서 경제적으로 그리고 국가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한 첨단 분야에서도 그렇다. 그중에서도 오늘날 가장 중요한 반도체와 2차 전지에서 한국의 역량은 거의 절대적이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모두에서 첨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한국을 앞서고 있으나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의미 있는 업체가 없다.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은 각각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3위 업체이기는 하나 한국과 대만의 업체를 따라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을 이용해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을 부흥시키려 하고 있다.

전기차를 위한 2차 전지의 기술과 생산력은 세계에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중국이 비록 한국보다 낮은 기술이긴 하나 전기차를 선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은 한국의 배터리 기술이 없이는 전기차에로의 조기 전환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미국 재무부는 중국 생산의 광물과 부품에 상당한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를 배려하여 연차적으로 그 의존도를 줄여나가도록 시간 여유를 주고 있다.

세계 패권을 두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노골화하면서 반도체와 전기차용 2차 전지에서 선도적 국가인 한국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는 단순한 경제 상품을 넘어 국가 안보․군사적으로도 긴요한 상품으로, 그리고 성능 좋은 2차 전지가 필수적인 전기차는 미국의 경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신산업으로 떠오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반도체와 2차 전지 모두에서 한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술력은 어쩌다 운 좋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이 반도체와 2차 전지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된 데에는 한국 대기업의 소유주 경영 체제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세계 일류로 키운 데에는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비전과 집념이 주효했다. 그가 미래를 내다보고 반도체 산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회사의 주요 임원들이 계속 말렸다고 한다. 그런 반대에도 그가 소유주였기에 반도체 산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한국이 2차 전지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엘지의 구본무 회장의 비전과 지원 덕택 때문이었다고 한다. 구 회장이 2차 전지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초기의 커다란 적자를 묵묵히 견디며 계속 지원했기에 오늘날 한국은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2차 전지 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가 소유주가 아니었다면 장기간 큰 적자를 감수한다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밖에도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조선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데에는 현대의 정주영 회장의 비전과 추진력이 크게 기여했다. 정 회장은 조선소 부지만 마련해놓은 상태에서 조선 수주를 따내는 저돌성을 보여주었다. 철강업에서는 공기업이었던 포스코의 박태준 회장의 기여가 컸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 하에 강한 권위와 추진력으로 한국의 철강업을 세계 최강으로 발전시켰다.

우리는 여기서 대기업 소유주들의 비전과 추진력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과 그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만일 그 기업주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회사는 물론 사회와 국가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기업 중심의 자본주의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구실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중요한 먹거리 산업이 될 수소 및 핵융합 산업에서도 그런 소유주가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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