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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류의 세계화와 그 까닭

[이효성 칼럼] 한류의 세계화와 그 까닭

기사승인 2021. 12. 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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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한류는 본래 한국 대중문화의 아시아권에서의 유행 현상이었으나 어느덧 세계적인 유행 현상이 되었다. 음악에서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고,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차트 신기록을 수립했고, 블랙핑크는 세계 최대의 유튜브 추종자를 가지고 있다. 이미 많은 작품들이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으로 명성을 얻었던 영화에서는 〈기생충〉, 〈미나리〉가 오스카상의 수상으로 세계적인 위상을 굳혔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도 이미 〈미스터 선샤인〉, 〈킹덤〉, 〈스위트 홈〉 등으로 그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이제는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갯마을 차차차>, 〈지옥〉 등으로 확실한 세계적인 수용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대표적 분야에서의 세계적 확장 덕택으로 발생한 전이(轉移) 효과, 또는 영국의 한류 연구자 파도(Ramon Pardo) 교수가 말한 ‘마법의 순환(magic circle)’을 통해, 한류가 한국 대중문화의 과거 작품에로 그리고 한국의 생활문화, 전통문화, 산업문화 등과 같은 다른 영역에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무술과 함께 생활문화를 전 세계에 보급시킨 최초의 한류로서 태권도의 기여도 컸다. 태권도와 대중문화는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 문화 전반에 관한 세계적 관심을 대폭 증대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오늘날은 한국 문화의 거의 모든 영역, 나아가 한국과 한국인이 세계인들의 관심과 주목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류의 이런 확장·확대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한국은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 초고속 인터넷망을 잘 갖추고 행정 시스템을 일찍부터 디지털화하였다. 그 결과 한국 문화산업 특히 음악 산업은 접근이 어려운 기존 배포망에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작품을 공개함으로써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의 수용자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케이팝은 주로 이 방식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산업화의 성공과 제조업의 발전으로 경제력이 크게 신장되어 한국인의 문화 소비가 커졌고, 문화산업의 자금 조달이 비교적 용이해졌다.

게다가 한국 정치의 민주화로 1998년 검열이 폐지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선진국 수준으로 허용되었다. 이와 함께 문화산업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현명한 문화산업 정책이 있었다. 그 결과 콘텐츠에 금기의 영역이 사라지고 문화산업에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자, 남북 분단과 군사독재와 민주화 투쟁 등으로 사회적 모순과 갈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창작·제작자들이 의욕적으로 작품 활동에 나서게 되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나라들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만이 한류를 세계화하고 있는 데에는 다른 나라들이나 민족들이 갖지 못한 한국과 한국인만의 특별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중국의 옛 역사서에도 기록될 정도로 오랜 전통을 지닌 가무와 놀이를 즐기는 한국인의 예술적 기질 또는 ‘끼’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드라마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드라마가 넘쳐나고 그 제작업을 발달시킨 한국인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성향이다.

마지막은 한국 문화의 보편성, 다양성, 인간성을 배태한 한국인의 깊은 인문적 소양이다. 한국은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이롭게 함)과 재세이화(在世理化, 이치로 다스림)를 건국이념으로 하여 오랫동안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는 유교적 가치를 숭상해왔다. 게다가 단일민족에 의해 정치 체제가 고조선, 열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수천 년 동안 잦은 외침에도 전통과 문화가 간단없이 매우 다양하고 세련된 형태로 발전했다. 그 때문에 한국 문화와 콘텐츠는 소재가 다양하고 그 내용이 보편적이고 인간적이어서 그 소구력이 크다.

한류의 세계화에는 한국인의 예술적 기질, 이야기를 좋아하는 특성, 작품 소재가 풍부한 오랜 역사, 그리고 한국 문화의 보편성과 다양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류의 세계화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고, 한국이, 《뉴욕 타임스》의 표현처럼, ‘문화적 불가항력(cultural juggernaut)’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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