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류승완 감독, “질문하는 ‘베테랑2’, 1편 답습하기 싫었어요”

류승완 감독, “질문하는 ‘베테랑2’, 1편 답습하기 싫었어요”

기사승인 2024. 09. 12. 13:5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극중 '서도철' 형사의 반성 통해 진정한 정의 얘기하려 노력
류승완 감독
올 한가위 흥행 기대작으로 꼽히는 '베테랑2'의 류승완 감독이 손으로 만든 프레임을 통해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짝패' 등에서 연출과 연기를 겸했던 류 감독은 전문 배우 못지 않게 연기를 잘하기로도 유명하다./제공=CJ ENM
13일 베일을 벗는 '베테랑2'는 올 한가위 극장가의 유일한 '텐트폴'(투자·배급사의 한해 경영 성과를 좌우하는 고예산 대작) 영화다. 여기에 9년전 1341만 관객을 동원했던 1편의 명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배급사인 CJ ENM에는 영화 사업 철수설을 불식시켜 줄 구원투수란 점에서 향후 흥행 결과에 영화계 안팎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늘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류승완 감독의 표정이 최근 들어 자주 진지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해 지난해 '밀수'까지 쉼 없이 활동하며 한국 상업영화의 대표적인 중견 연출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주위의 엄청난 기대에 속편 도전의 부담감마저 더해지면서 신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마냥 팽팽한 긴장감에 젖어 살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류 감독은 "2편과 달리, 1편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텐트폴' 영화가 원래 아니었다. 400만 관객이 당초 목표였다"면서 "극중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소품과 세트) 관련 예산이 부족해 '저 정도면 재벌과 어울릴까?'란 질문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류승완 감독
류승완 감독(오른쪽)이 '베테랑2' 촬영장에서 주인공 '서도철' 역의 황정민 앞에서 카메라 렌즈 사이즈를 점검하고 있다./제공=CJ ENM
1편 촬영이 끝나자마자 주인공 '서도철'(황정민)의 극중 의상 보관을 제작진에 당부할 정도로 2편 연출에 대한 의지는 애초부터 컸다. 그러나 덤벼들려 하니 막상 쉽지 않았다. 1편의 시발점이었던 자신의 사회적 공분이 계속 유효한지 강한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제가 분노했던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가해자인 줄 알았던 쪽이 알고 보니 피해자로 드러났는데도, 저는 여전히 같은 사람을 비난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제 모습에 섬찟해지면서 '내 분노는 정당한가' '분노의 기준은 옳은가'라고 자문하게 됐습니다."

이 같은 질문들은 2편의 시나리오에 고스란히 녹아들며, 선악의 단순명쾌한 대립 등 1편의 간결했던 흥행 성공 공식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계기가 됐다. 범죄 척결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던 열혈 형사 '서도철'이 악질 범죄자들을 상대로 무심코 내뱉었던 자신의 한마디처럼 사적 응징이 연발하자,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은 2편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류 감독은 "전작의 성공 패턴을 답습하지 않으면서,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맞추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서도철'이 학교 폭력 피해자인 아들에게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2편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잘못된 신념을 반성하며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2편도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 성공을 일찌감치 예약해 놓은 상황에서 3편 제작 여부가 벌써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는 말을 아끼며 신중하기만 하다. 이야깃거리는 이미 몇 개 준비해 놨지만, 후속편을 만들지 안 만들지는 2편의 관객수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 몇 백명과 어두운 극장에서 함께 하는 특별한 경험을 계속 제공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도전해야 하고요. 3편을 연출하게 된다면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2편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 그대로 다시 시작할 겁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