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서울이 뉴욕 눌렀다

[기자의눈]서울이 뉴욕 눌렀다

기사승인 2024. 09. 12. 10:2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키아프·프리즈 전시회-7021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전경. /사진=박상선 기자
전혜원
전혜원 문화부 부장
방탄소년단, 드라마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등 한국 문화가 세계를 강타한 지는 꽤 됐지만 순수예술 분야인 미술에서 서울이 뉴욕을 누르는 일이 일어나리라곤 상상 못했다.

이달 초 서울에서는 국제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함께 열렸다. 같은 기간, 세계 아트마켓의 중심으로 꼽히는 뉴욕에서는 역사와 전통의 '아모리 쇼'가 개최됐다. 1913년 시작된 아모리 쇼는 세잔, 고흐 등 유럽 현대미술을 미국에 처음으로 소개한 전람회다. '뉴요커들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아모리 쇼를 올해 한국에서 고작 3년차를 맞은 프리즈 서울이 눌렀다. 세계적인 미술 전문지인 아트뉴스는 "아모리 쇼는 프리즈 서울에 밀려서인지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면서 "프리즈 출품작과 판매 분위기는 모두 흠잡을 데 없었다"고 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해외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프리즈 서울을 가장 많이 찾았다. 미술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주요 미술관의 대표, 큐레이터, 컬렉터 등 8만 명이 넘게 방문했다. 3회째를 맞으면서 프리즈 서울이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고, 세계 미술계 인사들이 프리즈 서울을 반드시 가야 할 곳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올해는 프리즈 서울이 처음 개최될 때 선보였던 파블로 피카소 그림 같은 수백억원대 대작은 없었지만 수억원 정도의 쉽게 팔릴 만한 작품들이 다수 나와 제 역할을 했다. 일부 갤러리들은 지난해보다 더 좋은 판매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불황 탓에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예전보다 '힘을 뺀' 모양새였지만 기대 이상의 흥행을 보여줬다. 수익을 넘어, 한국 미술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키아프도 올해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호평 일색이다. 행사장 공간을 넓혀 관람 환경을 쾌적하게 했고, 심사를 까다롭게 해 작품의 질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이처럼 프리즈 서울이 안정 가도를 달리고 키아프가 프리즈 영향을 받아 발전하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순 없다. 올해 7월에 열린 일본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가 내년에는 프리즈 서울과 비슷한 시기에 열릴 예정이라 경쟁구도가 예측된다. 30년간 정체된 일본의 국제아트페어를 부활시킨 도쿄 겐다이는 일본 정부가 보세 특혜를 적용하는 등 전례 없는 지원도 펼치고 있다.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경제대국 일본의 컬렉터 수가 우리의 열 배 이상으로 추산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또한 프리즈가 아모리 쇼를 인수했다는 점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아모리 쇼가 지금보다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가 미술을 비롯해 공연, 문학 등 순수예술 분야가 꽃필 수 있도록 관련된 내년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렸다.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여 미술 도시로서 서울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길 바란다. 아울러 한국 미술계가 자생력을 기르고, 세계미술계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한국작가들이 보다 많아져야 할 것이다.

키아프·프리즈 전시회-7019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전경. /사진=박상선 기자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