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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 시행령조차 쥐락펴락…與, 결국 ‘거부권’만 남아

巨野, 시행령조차 쥐락펴락…與, 결국 ‘거부권’만 남아

기사승인 2024. 06. 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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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행정입법 통제해 국정 운영 간섭
與 '거부권 카드' 쓰려해도 정치적 부담
헌재 소송한다해도 결론까진 '하세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사전에 국회 소관 상임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선 171석 거대 야당이 정부의 국정 운영에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와 정부를 삼권분립에 따른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고 정부가 마치 '하급 기관'인 것처럼 행정입법을 통제해 자신들의 입법 독주에 대한 견제책을 약화시키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가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을 입법예고하기 전 이를 국회 소관 상임위에 제출해야 하며, 이로부터 30일 이내에는 입법예고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상임위는 부처 장관에게 관련 내용의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장관은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국회가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 의원은 시행령 개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정부가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은 상위 법률의 취지와 위임 범위를 준수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불리는 검찰 직접수사권 확대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민주당 단독의 '반쪽 국회'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원(院) 구성에 이어 법안 처리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자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요구와 당정협의를 통한 정부 차원의 시행령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행령 정치'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여당이 정권 기조에 맞춰 정책을 펴기 위해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출범과 함께 문재인 정부 5년간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되돌려 놓겠다며 대대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을 예고했으나 21대 국회에서 다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조치 등과 같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손볼 수 있는 것부터 차례대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여당으로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외에 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전략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다. 특히 거부권 행사는 민주당의 이념적 색채가 짙은 정책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으로 끝날 수 있지만, 야당 주도로 시행령이 수정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면 정권의 국정 기조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을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부권이다. 또 하나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는 일반적·추상적 법률을 제정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부는 그 기준에 따라 업무 집행을 위한 시행령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회가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일일이 간섭한다면 이는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거부권을 지나치게 많이 행사했다는 부담이 있는 데다 위헌 소송의 경우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다. 일례로 접경 지역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여당으로서는 어떻든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노리는 것 또한 이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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