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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t급 잠수함 신채호함 고장난 부품 바꿔 달고 해군에 인도

3000t급 잠수함 신채호함 고장난 부품 바꿔 달고 해군에 인도

기사승인 2024. 05. 0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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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정박해 있는 신채호함. 이날 방위사업청-해군-HD현대중공업은 인도식을 갖고 해군에 신채호함을 인도했다. /연합뉴스
"신형 제네시스를 파는데 수리 중인 구형 그렌져에서 같은 부품 떼어와 교체해 새 제네시스라고 파는 식이다."

방위사업청이 지난달 해군 인도식을 가졌던 3000t 규모 잠수함(장보고-Ⅲ 배치-I) 세 번째 함정 신채호함이 일부 장비가 파손돼 구형 잠수함의 장비를 떼어 달고 인도했다는 사실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사청은 "인수시운전 평가 중 일부 장비가 손상되어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해군의 협조를 받아 다른 장비를 교체해 인도했다"고 해명했지만 법·규정 적용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군 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4일 울산 본사에서 대대적인 신채호함 인도식을 개최했다. 당시 인도식은 9개국 정부·군 관계자들이 참석하면서 이례적인 행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HD현대중공업은 인도식에서 국내 3000t급 잠수함 중 최초 '적기 인도'를 강조했다.

하지만 신채호함은 인수시운전 평가 중 일부 장비가 손상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HD현대중공업은 신채호함에 탑재된 레이더를 수리하지 않고 창정비에 들어온 1700t급 윤봉길함의 항해 레이더 안테나를 떼어 신채호함에 달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감사원이 파악해 감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인도식 일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 시점을 맞추지 못할 경우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3000t급 잠수함 1번함 도산안창호함을 공급하면서 110일간 인도가 지연돼 1000억원 가까운 지체상금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청구받았다. 이에 한화오션은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해 법적 판단을 구하고 있다. 또 인도식에 잠수함 수주를 위한 9개국 정부·군 관계자들까지 불러놓은 상황이라 파손된 제품을 선보일 순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방사청은 신채호함은 인수시운전평가를 통해 성능 확인 후 정상적으로 해군에 인도되어 정상 운용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사청은 "인수시운전 평가 중 일부 장비가 손상되어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해군의 협조를 받아 다른 장비를 교체해 인도했다"며 "최단 시간 내 신품을 확보 후 교체할 예정이며, 감사 제기된 사항에 대해 문제점이 식별될 경우 해당 내용을 검토해 적절한 후속조치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사청의 이 같은 해명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청은 군수품관리법 제14조 1항의 법 규정을 예로 들었다. 이 법은 군수품의 제조·수리·그 밖의 시공 관련 계약으로 군수품을 대여할 것을 약정한 때와 군 운영이나 작전에 특별한 지장이 없다고 인정될 때에 군수품을 무상 또는 유상으로 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군수품의 교체는 동일 기종(모체 기준) 동일 부품일 경우인데 이번 경우는 최신형 잠수함을 인도받으면서 구형 기종의 부품을 떼어와 장착한 것이라 '규정' 적용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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