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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의 문화路] 흐르는 듯, 끈적이는 듯...50년 동안 그린 ‘물방울’

[전혜원의 문화路] 흐르는 듯, 끈적이는 듯...50년 동안 그린 ‘물방울’

기사승인 2024. 04. 2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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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3주기전 '영롱함을 넘어서'
갤러리현대서 6월 9일까지 전시
희귀 시리즈 등 작품 38점 선봬
17. [갤러리현대] 김창열 《영롱함을 넘어서》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1929∼2021) 화백의 작고 3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김 화백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갤러리현대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한국 최초의 상업화랑 갤러리현대는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1929∼2021) 화백과 인연이 깊다.

1976년 갤러리현대는 프랑스 파리에서 활약하던 김 화백의 초대전을 개최하며 그의 물방울 작품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다. 이후 2020년 화가의 생전 마지막 전시까지 14차례 전시를 함께 하며 반세기 동안 인연을 이어왔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김 화백을 "아버지와 같은 분"이라며 "좋은 와인을 많이 사주셨다"고 회고했다.

2021년 세상을 떠난 김 화백의 3주기를 맞아 갤러리현대에서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보는 전시 '영롱함을 넘어서'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층에 김 화백의 1970년대 초기작들이 걸려 있다. 실제 물방울들이 캔버스 위에 맺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작품들이다. 김한나 큐레이터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물방울"이라며 "실제로는 이렇게 아름답고 영롱하게 물방울들이 화면에 담기기 쉽지 않다. 실제인가 환영인가 만져보고 싶게 한다"고 말했다.

김창열 작가 갤러리현대 제공
김창열 화백의 생전 모습./갤러리현대
김 화백은 파리 근교 마구간에서 생활하던 1971년 어느 아침, 재활용을 하기 위해 물을 뿌려둔 캔버스에서 물방울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캔버스를 뒤집어놓고 직접 물방울을 뿌려 보았어. 꺼칠꺼칠한 마대에 매달린 크고 작은 물방울의 무리들, 그것은 충분히 조형적 화면이 성립되고도 남질 않겠어. 여기서 보여진 물방울의 개념, 그것은 하나의 점이면서도 그 질감은 어떤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새로움의 발견이었어."('공간' 1976년 6월호)

김 화백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물방울을 선택한 이후, 5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화가는 이를 평생 화두로 삼았다. 2층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을 보면, 중력과 시간을 거스르며 영롱하게 맺혀 있던 물방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맺혀 있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표면에서 흐르고 흡수된다. 때로는 끈적한 점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김 큐레이터는 "작품 속에서 마대에 흡수되고 난 뒤의 물방울들은 존재할 수 없는데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크기의 물방울도 있다"면서 "극사실적인 것 같으면서 초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15. [갤러리현대] 김창열 《영롱함을 넘어서》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1929∼2021) 화백의 작고 3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김 화백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갤러리현대
지하 전시장에서는 1980년대 이후 제작된 '회귀(Recurrence)' 시리즈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자, 즉 천자문과 도덕경 등 우주 만물의 원리를 담고 있는 언어들과 물방울이 결합된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대 위 물방울이 처음 등장하는 1973년작부터 말년인 2010년 작품까지 총 38점이 소개된다. 커다란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 듯한 작품, 창호 문에 이슬이 맺힌 듯한 작품 등 다채로운 물방울들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현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다양한 소장가들의 작품을 모았는데, 그 중에는 방탄소년단(BTS) RM의 소장품도 한 점 있다. 전시는 6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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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함을 넘어서' 전시 전경./사진=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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