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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포커스] 회색지대 놓인 무속인 성범죄…“위계·위력 행사 따져야”

[아투 포커스] 회색지대 놓인 무속인 성범죄…“위계·위력 행사 따져야”

기사승인 2024. 04.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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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행위냐 범죄냐' 놓고 법원 판단 제각각
"피해자 의사인지 세뇌된 건지 판단 어려워"
"가스라이팅 범죄로 보고 처벌 강화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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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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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신당을 운영하는 A씨는 2019년 자신을 찾아온 여성들을 상대로 퇴마 치료를 해주겠다며 강제 추행·유사강간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귀신이 붙었다"고 피해자들을 겁 주며 추행했다고 봤지만 A씨는 "퇴마와 치료 목적으로 만진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 온 무속 행위 범주를 벗어난 행위"라며 징역 7년을 선고했으나 지난해 8월 2심 재판부는 A씨의 추행 혐의 일부를 무죄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50대 무속인 B씨는 2023년 20대 조카 C씨를 심리적 지배 상태(가스라이팅)에 놓고 30여 차례에 걸쳐 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B씨는 "신내림을 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 신의 길을 가는 나를 이해해달라"고 항변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무속인의 성범죄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이들의 세뇌·교사행위를 두고 어디까지 종교의 영역으로 인정할 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들이 무속인들의 가스라이팅이나 그루밍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처벌 강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4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무속인 성범죄를 특별하게 규정한 법령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형법상 성범죄에 대한 특정 지위 또는 대상을 명시한 것은 직장 상사의 경우에 한정돼 있으며 그 외의 직업이나 지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무속인의 범죄 중 사기, 폭행 등은 형사법 처벌 규정 적용이 가능하지만 성범죄의 경우 형법상 요건이 명확하지 않아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모호한 실정이다. 이에 개별 재판부가 무속인의 종교 행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우에는 감경 사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무속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행위를 조장하거나 상황을 만들 경우 이것 자체로 강제성을 띄기 때문에 위계 혹은 위력에 의한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피해자의 의사가 어느정도 반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제 무속인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수의 성범죄 관련 형사소송을 수임한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무속인 등 성범죄는 본인의 의사가 개입된 것인지 상대방으로 인해 세뇌가 돼 의사결정이 불가한 상황에 이르렀는지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며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서 적용되는 혐의가 달라질 수 있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무속인 성범죄는 일종의 가스라이팅 범죄이자 경제적 이득을 함께 취하는 경우가 많아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범죄로 다뤄져야할 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전 변호사 역시 "무속인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고 국민의 의식도 성장하고 있어 향후 구체화된 의논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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