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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이사회 권한이 커지는 가운데 다양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여성 의장이 배출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학계 중심으로 이사회 멤버를 꾸렸던 반면 최근에는 금융권 CEO(최고경영자)나 기업인 등으로 직업군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및 은행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 경영전략 등을 수립하는 이사회부터 변화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다. 실제 이미 해외 금융권에선 학계가 아닌 금융 전문가 및 경영인들의 사외이사 비중이 더 높을 뿐 아니라 여성의 사외이사 참여율도 최대 53.8%(씨티그룹)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보여주는 곳은 KB금융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최근 지주 설립 이후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이번에 선임된 의장은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다. 권 행장은 지난 2013년 국내 은행권 중 최초로 여성 은행장에 올랐던 인물로 금융 전문성은 물론, 리스크와 '여성 인재 확대'라는 KB금융의 전략과도 부합한다. 특히 KB금융은 권 의장을 선임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이사회가 KB금융의 기업문화를 이끌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KB금융은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2027년까지 여성 인재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KB 다이버시티(diversity)2027' 을 펼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43%로 국내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한금융도 여성 사외이사가 3명이지만 전체 사외이사가 9명으로 여성 비율은 33%다.
KB금융은 최근 이사회에서 지주 설립 이후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인 권 의장을 선임했다. KB금융은 앞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7번 개최했으며, 사외이사들은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권 행장의 은행 업무 경험 노하우가 KB금융에서도 발휘될 뿐 아니라 최초의 여성 은행장으로써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권 행장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리스크관리본부장, 금융소비사보호센터장을 거쳐 기업은행장에 올랐다. 당시 은행권 여성 최초 부행장, 은행장 등의 타이틀로 불렸다. 여성 행장인 만큼 부드러운 리더십과 함께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을 받았다.
KB금융의 이사회 의장에 권 의장이 오르게 된 배경은 사외이사의 젠더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간 교수진 및 남성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색 맞추기식 이사회를 꾸려왔다면 올해는 금융 전문가와 기업인, 여성 사외이사 등을 중심으로 이사회 구성을 확대했다. 학계 편중 현상 대신 전현직 금융 CEO 및 기업 CEO로 구성했고, 글로벌 추세에 맞춰 여성 이사 비중도 높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권 의장 외에 KB금융의 조화준 사외이사는 KT자금담당 임원, KT캐피탈 대표이사 등을 지낸 여성 기업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 사외이사는 학계 37%로 편중 현상이 심하고, 대부분 금융이나 경제, 경영 위주라 금융환경 변화 대응에도 미흡한 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은행권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해외 금융사의 경우 씨티그룹은 여성 사외이사가 53%, 웰스파고가 38.5%에 달한다.
이는 KB금융이 지난 202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Diversity 2027'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KB금융은 장애인이나 글로벌 가정 등 다양한 계층 채용을 15%까지 확대하고, 여성 리더를 20%까지 양성하고 있다. 2027년까지 본부 팀장 및 기업금융 팀장 등에서도 여성 핵심 전문인력을 30% 육성할 방침이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배제하지 않고, 금융권의 유리천장을 깨겠다는 취지다. 앞서 2020년 KB금융은 금융사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를 2명 선임한 곳이기도 하다.
신한금융도 이날 이사회 의장에 윤재원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윤 의장은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로,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비상임위원과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신한금융이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사외이사에 여성 사외이사가 2명씩 선임됐으나 의장으로 선출된 적은 없었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다이버시티 2027'전략에 맞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여성 최초 은행장을 경험한 권 의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