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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탐사] 앱으로 외모·학력 필터링…“효율적 소개팅”vs“범죄창구”

[MZ탐사] 앱으로 외모·학력 필터링…“효율적 소개팅”vs“범죄창구”

기사승인 2021. 04. 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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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로 소개팅앱 이용 급증
사용자 나이·학력 등 개인신상 공유
본인인증 부실해 사기·성매매에 취약
스펙·외모지상주의 부추긴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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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하모씨(30)는 소개팅 대신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연인과 4개월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각종 모임이 취소되며 소개팅도 무산됐기 때문이다. 소개팅하려던 상대방도 “확산세가 무서워서 만나기 힘들 것 같다”며 약속을 무기한으로 미뤘다. 코로나19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가 어려워진 하씨는 데이팅 앱으로 눈을 돌렸다. 데이팅 앱으로 두어 명의 사람을 만나던 중 현재의 연인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학생 강모씨(25)는 데이팅 앱의 피해자다. 강씨는 지난해 가을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성과 첫 데이트를 했다. 남성은 “헤어지기가 너무 아쉽다”며 “코로나19라 술집을 가기는 좀 그러니 방을 잡고 술 마시는 게 어떠냐”고 모텔로 자리를 옮길 것을 권했다. 강씨는 “모텔에서 술을 마시다보니 성관계를 하게 됐다. 그런데 그 이후 그가 내 연락처를 차단한 건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피임 걱정도 되는데 속은 것만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1년 넘게 누그러들지 않자 MZ세대를 중심으로 ‘자만추’ 대신 데이트·소개팅 앱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스누라이프, 고파스 등 대학 커뮤니티에는 ‘코로나 시대, 사람 어떻게 만나나요’ ‘앱 만남 성공기’ 등 관련 게시물도 잇따랐다. 소개팅 앱은 비대면 만남을 선호하는 2030 사이에서 이미 보편적인 만남의 창구가 됐다.

소개팅 앱을 사용해본 이들은 ‘간편한 과정’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일반적인 소개팅은 주선자를 찾아 소개팅을 부탁한 뒤 서로 키·나이·학력·직업·사진 등 신상 정보를 공유해 첫 만남이 성사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사람을 직접 만나 식사를 하며 대화도 이어가야 한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낸 다음 헤어지는 게 기본적인 ‘소개팅 예의’다. 게다가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소개팅 밑천은 바닥나고, 사람을 상대하기 버거워진다.

반면 소개팅 앱에선 이런 번거로운 과정이 생략된다. 상대방이 올린 신상을 보고 마음에 들면 대화를 신청한다. 대화도 잘 통한다면 현실에서 만남을 가진다. 3개의 소개팅 앱을 사용한다는 직장인 남성 신모씨(29)는 “매번 친구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직장을 다니니 만나게 되는 사람에 한계가 있어 소개팅 앱을 사용하게 됐다”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여자친구를 소개팅 앱에서 만났다고 하면 이상하게 봤는데 요즘은 워낙 많이들 이용하니까 그러려니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넘치는 인기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일부 소개팅 앱은 정보 도용, 사기, 성매매 알선 등 범죄 창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본인인증 절차가 부실할 경우 범죄자가 의도적으로 사용자에게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부산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20대 여성이 생활비 마련을 목적으로 앱을 통해 성매매를 했다. 남자친구는 여자친구가 2010년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앱로 성매매를 알선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금전 갈취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생 김모씨(24)는 지난해 소개팅 앱을 이용했다가 30만원을 뜯기는 ‘봉변’을 당했다. 앱에서 만난 남성과 첫 데이트를 하러 갔는데, 남성이 ‘ATM 기기에서 내 카드가 안 읽힌다. 현금이 필요한데 돈을 좀 뽑아줄 수 있느냐’고 요구했고, 김씨는 AMT 기기에서 돈을 뽑아줬다. 식당에서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남성은 한참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김씨는 “인터넷 뱅킹으로 돈을 보내준다고 하길래 믿고 돈을 줬다. 알고 보니 이름, 주소 모두 가짜였다”며 “앱에서 만나서 핸드폰 번호조차 몰랐던 터라 경찰에 신고도 못 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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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범죄의 온상지가 될 뿐만 아니라 외모지상주의나 스펙 만능주의, 계급주의 등을 공고히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10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앱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에 가입하기 위해선 사진을 제출하고 이성으로부터 외모 평가를 받아야 한다. 외모 평가 점수가 5점 만점에 3점을 넘어야 앱을 이용할 수 있다.

프리미엄 소개팅 앱으로 홍보 중인 ‘골드스푼’은 남성의 경우 본인인증 서류를 통해 경제력이 검증된 이들만 가입할 수 있다. 다른 소개팅 앱인 ‘다이아매치’도 국내 7개 대학 학생 및 졸업자만 가입할 수 있으며 대학 요건이 안 맞더라도 다른 ‘경제적 스펙’이 맞으면 가입 가능하다. 여성은 승무원, 모델 등 흔히 외모가 출중하다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 가입할 때 우대받는다.

일각에선 이런 앱이 이성관에 대해 ‘부유한 남성은 예쁜 여성을 만난다’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차모씨(34)는 “‘프리미엄’을 붙인 소개팅 앱 대부분이 부자 남자와 예쁜 여자를 매칭하려는 데 혈안이 된 것 같다”며 “실제로 20대 승무원인 친구는 앱에서 40대 남자와 매칭이 되기도 했다. 돈이 많으면 외모가 출중한 여성을 만날 수 있는 ‘권리’라도 갖게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위와 비슷한 종류의 소개팅 앱을 이용했던 변호사 이모씨(35)는 “내가 전문직이라 전문직 남성을 만나고 싶어서 이용해봤는데, 다짜고짜 가슴 사이즈를 묻더라”며 “기껏 매칭된 사람도 얼굴, 몸매가 잘 나온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길래 기분만 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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