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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문재인 공산주의자” 고영주, ‘무죄’ 취지 파기환송

[오늘, 이 재판!] “문재인 공산주의자” 고영주, ‘무죄’ 취지 파기환송

기사승인 2021. 09. 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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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신의 평가·의견 표명 불과…'공산주의자' 표현만으로 명예훼손 아냐"
대법원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항소심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의 경우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될 수밖에 없어 증거에 의해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뿐 더러,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적 인물인 피해자의 정치적 이념이나 행적 등에 관해 자신의 평가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할 뿐,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당시 문재인 18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닌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문 후보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교사와 학생 등 19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6년을 받은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됐다. 고 전 이사장은 당시 수사검사였으며, 문 대통령은 훗날 이 사건 재심을 위한 변호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고 전 이사장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동족상잔과 이념 갈등 등에 비춰 보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표현”이라며 “발언 내용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된 결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이념 갈등상황에 비춰 피고인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그 개념의 속성상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다”며 “그 평가는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이를 증명이 가능한 구체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한, 누군가를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했다는 사실만으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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