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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뉴LG’의 첫발은 인재중용…구광모의 든든 ‘믿을맨’은 누구?

③‘뉴LG’의 첫발은 인재중용…구광모의 든든 ‘믿을맨’은 누구?

기사승인 2020. 07.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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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권영수 부회장, LG 주력사업 모두 경험…보좌역할 적임
직접 영입한 신학철 부회장, 전기차배터리에 역할론 강조
LG전자 권봉석 사장, MC·VS사업부문 실적개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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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LG 구광모의 승부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인사 스타일은 책임경영·순혈주의 타파·혁신으로 대변된다. 첫 인사에서 구 회장은 LG그룹의 컨트롤타워이자 지주사인 LG 주요 팀장에 과감하게 외부인사를 영업한 것은 물론 LG전자·LG화학 출신의 전문가를 불러들여 미래 포트폴리오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인재중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인회 창업주부터 구자경·구본무 선대회장에 이르기까지 ‘물건을 만들고 사업을 잘하려면 인재부터 길러야 한다’는 인재 경영철학은 구 회장에게도 이어져오고 있다. 물론 만 40세에 재계 4위 LG그룹의 총수에 올라 그룹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사를 단행하기에 심적인 부담은 상당했을 터다. 하지만 그는 든든한 우군인 지주사 LG를 시작으로 성과주의와 책임경영에 부합할 수 있는 인재를 계열사 수장에 등용하며 취임 2년 만에 회장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젊은 총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이제 ‘기대’로 바뀌고 있다.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믿을맨’들도 실적으로 보답할 차례다.

29일 복수의 LG그룹 관계자들은 “지난 두 차례의 정기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등의 특징을 봤을 때 구광모 회장의 인재상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면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과 시장환경 변화에 선제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재, 방향이 보이면 검토에 시간을 보내기보다 도전하고 시도하는 인재, 구성원들의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존중하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권영수 LG 부회장은 구 회장 체제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권 부회장 영입부터 단행할 정도로 믿음이 강하다. 구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2006년 LG전자 재경팀 대리로 재직할 당시 권 부회장은 LG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필립스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2007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연(緣)은 짧지만 맡은 책임을 완수해내려는 강한 집념과 적극적인 모습을 눈여겨봤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배터리사업을 맡았을 당시 전문서적을 밤새워 읽고 공부해 기술임원과의 토론에도 밀리지 않았을 정도로 집념이 강하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과 마찬가지로 경청하는 스타일”이라면서 “LG의 주력사업인 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 등을 모두 경험한 인물로 구 회장의 보좌 역할에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구 회장이 회장 취임 후 영입한 첫 외부인사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글로벌 기업 3M의 해외사업 총괄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살아 있는 ‘샐러리맨의 신화’다. 구 회장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일할 당시부터 그를 눈여겨봤다고 알려져 있다.

좌우명 ‘치기언이과기행(恥其言而過其行)’에 따라 말보다 실천을 더 중시 여긴다. 3M 근무 당시부터 현장경영을 중요하게 여겨 미국 시장을 알기 위해 3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 경험도 있다. LG화학 CEO로 취임한 후에도 이는 변하지 않고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취임 후 반년 동안 신학철 부회장이 이동한 거리는 약 2만5000㎞로 지구 반 바퀴에 달한다”고 했을 정도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CEO로 취임한 후 석유화학·전지·첨단소재·생명과학 등 4개의 사업본부체제로 개편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사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2024년까지 자동차전지사업을 중심으로 전지사업 매출 비중을 50% 수준까지 올릴 계획이다.

물론 지난 5월 인도공장 가스유출로 인한 인명사고와 충남 서산 LG화학 촉매센터 폭발사고 등이 연이어 터지며 리더십에 위기도 있었지만 구 회장은 그의 능력을 믿고 계속해서 신임을 보냈다.

구 회장이 그룹의 미래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전기차배터리의 핵심 계열사를 맡고 있는 만큼 신 부회장의 역할은 계속해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함께 그룹의 한 축인 LG전자의 수장은 50대 젊은 CEO 권봉석 사장이 맡고 있다. 권 사장은 기술과 마케팅을 겸비하고 현장감각까지 갖춘 융합형 전략가로 통한다.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디지털전환의 핵심요소들인 빅데이터·AI·콘텐츠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LG계열사 수장들이 그렇듯 역시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CEO다. “전략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신념으로 지난해 MC사업본부장과 HE사업본부장을 겸임할 당시 1주일에 하루만 여의도 본사인 트윈타워에 출근하고 현장인 평택과 마곡을 주로 챙겼다.

일하는 스타일에 있어서도 버려야 할 것과 집중할 것을 귀신같이 찾아내 ‘선택과 집중’의 경영기조를 중시하는 구 회장 체제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다.

만성적자로 LG전자의 가장 아픈 손가락인 스마트폰 사업의 MC사업부문 실적개선을 위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바꾸는 등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의 변수를 만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MC사업과 함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의 적자 개선의 과제도 안고 있다.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1조4440억원에 인수했지만 지난 1분기 VS부문은 영업손실 968억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구 회장 취임 후 인사에서 계열사 수장에 오른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과 LG이노텍 정철동 사장, LG하우시스 강계웅 부사장 등도 사업전반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력, 현장중심의 경영을 펼치며 구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책임경영과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분명히 하며 지난해 9월 인사철도 아닌 시기에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맡은 정호영 사장은 이후에도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대형 OLED 패널과 중소형 P-OLED 사업전환 발판을 마련하며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는 실적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첫 정기인사에서 최고 경영자에 오른 LG이노텍 정철동 사장은 36년간 쌓아온 풍부한 B2B 사업경험과 소재·부품 시장에 대한 통창력을 겸비한 소재·부품 전문경영인이다. 정 사장은 LG이노텍을 100년 이상 영속하는 ‘근본이 강한 회사’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사업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 회장과 마찬가지로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것은 ‘고객’이다. 정 사장은 수시로 “고객에게 새롭고 차별화된 가치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영속할 수 있다”며 “고객이 기대하고 원하는 것을 신속히 대응하는 등 고객가치를 적극 실천하자”고 강조한다.

강계웅 LG하우시스 부사장도 올해 대표이사로 취임 이후 ‘고객 감동 경영’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R&D, 생산, 영업 등 전 조직을 제조 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사고방식을 전환하도록 사업 전반의 모든 영역에서 고객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등 고객 중심으로 업무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평균 월 1회 정도 열리는 LG 주요 팀장들과의 회의에서 구 회장은 고객가치, 미래준비, 인재육성에 대한 주제는 더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라면서 “이 같은 기조가 그룹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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