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새 국정기조 따른 공정위의 변신은 무죄

[칼럼] 새 국정기조 따른 공정위의 변신은 무죄

기사승인 2022. 08. 22. 18:1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윤석열 정부는 직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민간주도성장'을 내세웠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뒤에서 필요한 제도들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조차 당의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빼기로 한 마당이어서 이런 정책 기조의 변화는 어쩌면 거대야당조차도 내심 필요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민간주도성장'은 결국 자유로운 시장 경쟁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특히 윤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내정된 한기정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규제 혁파'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특별히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윤 정부의 '민간주도성장' 기치에 맞춰 '경제검찰'로 불리기보다는 자유로운 거래를 촉진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털어내는 일을 할 것으로 보여 매우 고무적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공정위의 변신을 두고 비판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런 변신은 무죄이자 필요한 변화이기도 하다.

마치 '자유무역협정'이 이름과는 달리 관세가 없어진 자유무역을 규정한 협정이라기보다는 특정 품목들에는 '정치적 고려'를 해서 다른 관세와 수입규모를 제한하는 조항을 붙이듯이, 공정거래위원회도 자칫 '공정'거래란 명분으로 양측이 모두 만족해서 자발적으로 합의한 거래를 '공정'하지 않다면서 규제함으로써 자유 시장경제의 강점을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그 작동을 방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라는 말로 유명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같은 업종들이 모여 있는 공업지역을 돌아보고 나서 경쟁의 치열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업체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 다른 업체들이 여기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보탠 또 다른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뛰어넘어, 어떤 업체가 '새로운 제품을 시도한다는 소문'에 다른 업체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이것을 '직접 해봄으로써 배우는 것(learning by doing)'에 대비해서 '정보로부터도 배우는 것(learning by learn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민간주도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은 바로 정부가 각종 기득권과 법령에 의해 막혀있던 경쟁을 활성화해서 마셜이 목격했던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더 매력적이기 위한 치열한 아이디어의 경쟁이 벌어지고, 이들 가운데 소비자들이 더 만족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비자들의 선택을 통해 발견되는 과정이 꾸준히 이어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공정위의 독과점 판단도 진화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국내시장에 한정된 점유율을 기준으로 독과점 규제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시장 진입이 열려있는데도 소비자들의 자발적 선택 덕분에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경우와 제도적으로 경쟁자의 진입이 막혀있는 것을 잘 구분해서 독과점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시장경쟁 체제에서는 경쟁자들에 비해 소비자를 잘 만족시킬수록 그 공급자 자신도 성공한다. 그래서 공정위는 경쟁자의 진입을 막아 소비자를 더 만족시키려는 유인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명한 경제학자 조지 스티글러는 의회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명분의 법률들이 경쟁자들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어 기득권의 이익에 봉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었다. '타다 금지법'이나 '원격의료'나 '로톡'에 대한 직능단체의 반대는 이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존의 법률과 국회에 나온 법률안들 가운데 이런 것들은 없는지도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기 바란다. 공정위의 변신에 큰 기대를 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