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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노총의 ‘고물가’ 울분, 문 정부 향했어야

[칼럼] 민노총의 ‘고물가’ 울분, 문 정부 향했어야

기사승인 2022. 07. 0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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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민노총이 지난 2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동시다발적인 수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약 보름 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빚어지자 이에 대한 원칙에 입각한 대응 주문이 많았지만 정부는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심소득제 연장 등 대부분을 수용했었다. 그러나 보름 만에 돌아온 것은 이런 대규모 도심 시위였기에 민노총이 윤 정부 길들이기를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민노총이 이런 시위를 계속할 가능성이 많아서 윤 정부의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선 셈이다.

이날 시위에서는 유난히 고물가 속 고통을 강조하는 주장이 많았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월급 빼고 다 오른 세상, 일할수록 적자인 세상, 대출에는 이자 폭탄이 떨어지고, 장바구니엔 한숨만 가득하다”고 시적 리듬까지 살리면서 강조했다. 또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물가상승은 노동자들에겐 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 없는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돈 많은 사람은 돈 벌기 더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통에 대한 호소 자체는 정당하다. 같은 돈을 들고 나가도 장바구니가 가벼워지기만 한다고 주부들이 크게 반발하는 정치운동이 그저 손쉽게 돈을 풀어서 경제를 부양시키겠다는 엉터리 처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경제학자는 바로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루트비히 폰 미제스였다. 그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계산 불가능성’을 제시해서 일찍이 공산주의가 작동할 수 없음을 예언했는데 그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했었다.

그러나 민노총의 비판이 향해야 할 과녁이 잘못됐다. 고물가를 만들어낸 것은 현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였다.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는 재정의 지출을 더 과감하게 시도했다. 문 정부 때의 한 여당 국회의원은 적자 재정인 상황도 인식하지 못한 채 “나라 곳간에 쌓아두면 뭐 하느냐”고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던 당시 경제부총리를 타박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겠다면서 인위적으로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도 문 정부였다.

그래서 그때 풀린 돈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이어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부랴부랴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 등 여러 현란한 스텝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시에 양적 긴축을 통해 풀린 돈을 거둬들임으로써 풀린 돈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효과를 차단하는 조치에 황급하게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은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에서 이뤄지는 조치들은 물가를 잡는 방향을 이미 잡은 것이다.

고물가에 대한 울분은 정당하다. 그러나 비판 대상이 잘못됐다. 민노총이 대규모 시위에서 윤 정부를 향해 월급쟁이의 울분을 토한 것은 일종의 ‘허수아비’ 오류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취했던 정책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닌데도 윤석열 정부에 울분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춰 돈을 푸는 정책은 당장은 돈이 풀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활황을 부르는 등 경제가 좋아보이게 한다. 그러나 파티를 길게 할수록 이자율을 올려서 파티를 끝내지 않을 수 없을 때 숙취에서 깨어날 때의 고통은 더 커진다. 이것이 경제학자들의 오랜 경고다.

월급쟁이들을 대변하는 민노총의 고물가와 고금리에 대한 울분은 정당하다. 그러나 비판의 대상을 잘못 잡는 허수아비의 오류에 빠지면 정확한 처방을 주문하기 어렵게 된다. 민노총은 윤 정부에 대해 고물가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주장할 수는 없고, 문 정부가 채택한 ‘돈 풀기 정책’의 위험성을 인식해서 당시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 것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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