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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살고 싶은, 살리는 도시를 위한 변화

[칼럼] 살고 싶은, 살리는 도시를 위한 변화

기사승인 2024. 09.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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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연구교수 겸 세계자살예방협회(IASP) 한국 대표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사망자 수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자살사망자 수는 6375명이다. 6월부터 자살사망자 수가 전년도 수준으로 회귀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자살사망자 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19년 이전 수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자살사망자 수는 1만4000명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우리 정부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공포했던 201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규모다.

우리 사회는 국내외에서 효과가 검증된 다양한 자살예방 전략을 도입했고, 2012년 이후 자살사망률은 지속해서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 이후 직면한 자살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살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전략에 변화를 불러와야 한다. 변화의 출발은 지역사회 맞춤형 자살예방 전략을 광역과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 맞춤형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책 도입 과정에 주민 참여가 이루어지고 지역사회의 사회 자본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특화된 자살예방 전략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와 배경을 가진 주민 참여가 필수적이다. 주민 참여 과정에서 주민들은 사회·복지·자살예방과 관련된 연결망을 형성하게 된다.

지역사회에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울타리가 형성되면 자살예방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건강문제 해결이나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주민의 자살 관련 인식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은 예방될 수 있다'라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이 71.7%로 2018년(74.6%)보다 감소했다. 이 비율은 2013년부터 계속해서 감소 중이다. 더불어 자살을 말하지 않아야 하는 주제라고 응답하는 비율도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나 지역사회 지도자 등이 지역사회의 현황과 문제점을 공유하고 지방정부와 함께 맞춤형 자살예방 사업에 참여한다면 지역 주민의 자살 관련 인식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사회 맞춤형 자살예방 전략은 단순히 통계와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의 아픔과 고통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행위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지역사회 맞춤형 자살예방 전략 등 종합적인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자살예방 전담 부서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이달 25일 세계 도시가 서울에 모인 제10차 건강도시연맹세계총회에서 마음건강과 자살예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마음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과 연결되어 있으며, 자살률 증가에 대해서는 단순히 대응하는 것을 넘어 전 조직이 함께 힘을 모아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의 정책이 지역사회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자살예방 사업을 도입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울시의 자살예방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발전해 다른 자치단체에서 참고할 수 있는 모형을 수립하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자살을 '선택'하는 곳이 아니라 자살 위기를 경험하는 누구나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향후 진행될 사업에서 효과성 평가에 기초하여 다양한 맞춤형 자살예방 사업을 도입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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