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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치유농업, 도시민 보듬고 농촌 살릴 묘책

[기고] 치유농업, 도시민 보듬고 농촌 살릴 묘책

기사승인 2023. 02.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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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지원 원장 (2)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지원 원장
인류는 정착 생활을 하면서 식량과 옷, 그리고 집을 짓는 재료를 농업을 통해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문명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의 성장으로 농업의 역할은 줄어들고 농촌 인구는 도시로 유입되는 추세가 이어졌다.

이 결과 농업은 산업 중심에서 멀어져 농업인의 소득은 도시민보다 낮아지고 생산의 근간인 농촌 또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전국 지자체의 50%인 113개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했는데 대부분이 농촌과 산촌이다. 도시는 일자리가 집중돼 있고 문화·경제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생활은 편리하지만 소음과 먼지 그리고 심한 경쟁 등으로 시민들은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불안을 호소한다. 소득에 비해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과밀한 도시의 팽창으로 시민이 쉬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와 농촌의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문제를 해결하고 상생할 수 있는 묘책으로 '치유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치유농업은 작물과 가축을 돌보는 여러 가지 농업 활동과 농촌 환경이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심신 치유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태동했다.

최근에는 식물이 아닌 녹색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안정과 이완 관련 뇌파 신호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보고되었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 개선 그리고 사회성 회복 등 치유농업의 효과는 속속 밝혀지고 있다.

치유농업 체험자들은 "체험을 통해 현재에 집중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상추가 금방 자라듯 나의 발전도 생각하게 됐다", "향주머니를 만드는 동안 트라우마를 잊을 수 있었다" 등 수 많은 심리 변화 효과를 증언한다.

기존 치유 프로그램과 달리 치유농업은 반려 동식물과의 장기적, 일상적 접촉으로 참가자가 강인한 생명력에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국 200여 곳의 치유농장이 지역의 농촌 주민과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며 경제적, 사회적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것에만 머무르던 농업은 이제는 도시와 농촌 주민의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치유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치유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2019년 기준으로 연간 3조7274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오락문화 지출의 88%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이고 전국 영화관 매출액의 3.8배 수준이다.

이에 비춰 볼 때 치유농업은 서비스 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치유농업을 통해 농촌은 도시민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안식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 중심이었던 농업 역사가 인문(人文) 영역으로 크게 확장되는 꿈, 농촌의 미래가 소멸에서 활력으로 전환되는 희망의 변화가 지금 치유농업에서 시작되고 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 농촌의 구원 투수로 등장한 치유농업이 앞으로 더 큰 활약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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