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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금융권, 낙하산 천국으로 회귀?

[취재후일담] 금융권, 낙하산 천국으로 회귀?

기사승인 2022. 12. 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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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반명함] 사진 파일
김석동(행시 23회), 임종룡(행시 24회), 이석준(행시 26회), 정은보(행시 28회). 이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재부와 금융위 등을 거쳐 장·차관까지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이자, 금융그룹 CEO(최고경영자)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간에는 이들이 자천타천(自薦他薦)으로 국내 대표 금융그룹의 CEO로 거론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고참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BNK금융그룹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그룹 회장, 기업은행장에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석준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미 농협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마저 들리는 실정입니다.

박근혜 정부 이후 한동안 끊겼던 민간 금융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스멀스멀 다시금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이들은 기재부와 금융위 등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정책 전문가입니다. 심지어 임종룡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직전 농협금융그룹 회장을 지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충분한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기엔 현업에서 오래 떠난 '올드보이'라는 점도 한계입니다. 특히 정은보 전 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직후 은행장으로 옮기는 건 이행충돌 소지도 있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물론 정부와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관료 출신 CEO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주주와 고객, 임직원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CEO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과거 'MB정권 4대 천황'과 박근혜 정부 시절 그룹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불명예 퇴진한 'KB사태'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 때문에 후진적 금융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8년 금융사 CEO의 금융전문성과 공정성, 도덕성, 직무전념성을 의무화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금융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잇달아 갈아치우는 등 고공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주가는 뒷걸음질치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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