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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중국에 대한 우리의 당당하고 일관된 자세

[이효성 칼럼] 중국에 대한 우리의 당당하고 일관된 자세

기사승인 2022. 12. 0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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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냉전 기간에 소련과 대치하던 미국은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여 중국과 소련을 분리시켰다. 그로 인해 미국은 소련을 비교적 더 쉽게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대신 중국에게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김으로써 또 다른 거대 공산 국가라는 골리앗을 키웠다. 중국이 커진 경제력과 위상으로 '중국몽'을 외치며 일대일로 전략과 전랑외교로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자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해 2월 러시아의 침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그사이 러시아와 부쩍 가까워진 중국이 러시아 편을 들자 서방 세계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거리두기는 일차적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 경제가 서방 세계의 경제와 밀접하게 얽혀왔기에 경제적 디커플링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처럼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더 어렵다. 그래서 적절한 한·중 관계에 대해 논란도 클 수밖에 없다.

우리의 보수 세력은 대체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고 공산주의를 배척하기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편에 적극적인 가담을 중시한다. 그러면서 필요 이상으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적대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런 보수 세력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통합하려고 전쟁을 일으키면 참전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자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한국 전쟁에 북한 편을 들어 개입해 우리의 통일을 막았다는 점에서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이 침략을 당할 경우 대만 편을 들어 우리는 그 전쟁에 개입할 수도 있는 정당한 명분을 갖고 있기는 하다.

이런 보수 세력의 입장은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국에게도 할 말은 하는 듯한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중국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많은 국민들의 의견에 부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자세는 중국에 경제 의존도가 큰 우리에게는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사드 보복처럼,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자세는 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매우 손해가 큰 자세인 셈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의 진보 세력은 대체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경제적 이득을 생각할 때 중국과의 좋은 관계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여 미국이 참전을 요구해도 남의 분쟁에 우리가 굳이 휘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게 이런 자세는 우리를 공산화의 위험에서 구해 준 미국과의 동맹을 소홀히 하는 대신, 통일을 막은 중국에게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그 눈치를 보는 비굴한 자세를 가진 것으로 비춰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미국에게 당당하면서 중국으로부터는 경제적 이득이라는 실리를 챙기는 것이기에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나 사업가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이 훨씬 더 이로운 것이 사실이다. 진보 세력의 일부는 미국에 대한 시선이 꼭 고운 것은 아니다. 미국도 제국주의적 태도와 무기 거래 등에 있어서 갑질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동안 보여 온 갑질이나 제국주의적 태도는 중국의 그것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중국에 대한 보수 세력의 자세나 진보 세력의 자세나 다 일리와 일장일단이 있다. 그렇다고 집권세력에 따라 국가의 대외 정책이 갑자기 확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는 이와 관련하여 집권세력에 따라 크게 바뀌지 않는 당당하고 지속적이고 일관된 입장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야는 머리를 맞댄 정책 논의와 토론을 통해 국가가 취해야 할 공동의 정책을 도출하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 우리 여야도 이제 정치 싸움만 하지 말고 국익을 위해 협조하고 공조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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