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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네옴 시티

[칼럼] 네옴 시티

기사승인 2022. 11.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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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이경욱
네옴(Neom)은 우리에게 무척 낯선 단어다. 그리스어와 아랍어로 '새로운 미래'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략 640조원이 투입되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젝트에 전 세계 기업들이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메이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7년 네옴 시티 개발을 발표했다. '석유 의존형' 경제 체질을 2030년까지 모두 바꾸겠다며 제시한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2030'의 실행 방안 중 하나라고 전해진다.

일단 네옴 시티는 그 규모나 창의성 등에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연안에 5000억 달러(675조원)를 투입해 2만6500㎢ 규모 미래형 신도시를 건설해 신재생에너지, 로봇 등 첨단기술,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신도시의 규모는 무려 서울의 44배 규모에 달한다. 2030년까지 100만명이 거주하는 걸로 돼 있다. 네옴 시티는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1차 완공 목표는 2025년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인프라 입찰이 진행 중이다. 건설 현장에는 수많은 중장비가 열기를 내뿜고 있다.

더 라인의 경우 모든 편의 시설이 도보 5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벨트로 구성된단다. 친환경 동력원으로 작동하는 운송 수단은 모두 지하에 둬 지상에는 차량용 도로가 없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더 라인은 너무나도 독특해 영화에서나 봄 직한 모습이다. 신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등 준비해야 할 게 숱하겠지만 '오일 달러'를 앞세운 사우디의 의지가 워낙 강한 모양이다.

이 프로젝트가 과연 실현될지 대한 의구심에서부터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지적에 더해 제 아무리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고 해도 이런 재원을 차질 없이 조달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빈 살만 왕세자는 전 세계를 전광석화처럼 돌아다니면서 입질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607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사업이어서 국내에서는 '제2의 중동 붐' 등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다만 막후 접촉이 필요한 비공개 입찰이라고 하니 뭔가 꺼림칙하기는 하다. 더 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발주처와의 경영상 비밀 유지 협의에 따라 수주액 등 상세 내용은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1970년대 중동 건설 현장을 누볐던 한국이 이번에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앞세워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발 고금리 탓에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재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적극적인 외교 지원을 통해 수주전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네옴 시티는 우리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빈 살만 왕세자가 처음 한국을 찾은 2019년 당시 모두 10개 분야에서 83억 달러(당시 9조6000억원) 규모의 양해각서(MOU) 및 계약이 맺어졌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것은 정부 간 2건과 기업과의 4건에 불과한 걸로 돼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라'는 속담은 이런 상황에 맞지 않을까 싶다. 그의 이번 방한에서도 많은 계약이 체결됐지만, 그 역시 MOU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서두르다가 호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솔직히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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