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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톡톡] “스트라이크 존 좁혀라”…메리츠증권의 선전 비결

[스토리톡톡] “스트라이크 존 좁혀라”…메리츠증권의 선전 비결

기사승인 2022. 09.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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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영업이익 작년 6위→올해 2위로 '껑충'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수익성 방어 및 성장
"업계 1등 일희일비 안해…지속성장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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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톡톡
"스트라이크 존을 좁혀라."

메리츠증권의 증시 불황 속 선전 비결이다. 최근 만난 한 메리츠증권 임원은 "지금 시장 전체 상황을 야구로 비유하자면 9회 말 2아웃 위기를 맞았을 때 타자가 해야할 일은 선구안"이라며 "유인구에 배트를 섣불리 휘두르기 보다 스트라이크 존을 타이트하게 좁혀 적중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촘촘한 리스크 관리로 헛스윙(손실)은 최소화하고, 타율(수익)을 높인다는 얘기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올 상반기 말 기준 호실적을 냈다. 자기자본 2조원 이상 국내 증권사 가운데 순이익(4408억원)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위에서 네 계단 상승했다. 1위인 미래에셋증권(4607억원)과 순이익 규모가 199억원 밖에 차이가 안난다. 특히 자기자본 5조6000억원대로 업계 7위인 메리츠증권보다 곳간에 1조5000억원을 이상 더 쌓아둔 한국투자증권(3위), NH투자증권(6위)을 앞섰다. 올 상반기 증권사 26곳의 순이익은 평균 40% 가량 감소했다. 증시 침체에 따른 주식 수수료 감소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 탓이다.

메리츠증권은 올 연간 영업이익 역시 '나홀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메리츠증권의 영업이익은 9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1위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2, 3위권에 오를 전망이다. 반면 작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들어갔던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사들이 고전할 때 메리츠증권이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미리 '스트라이크 존'을 좁혔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금리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채권운용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보유 채권의 만기를 축소하고, 국채선물을 매도하는 전략으로 채권 평가 손실을 최소화했다. 신흥국 채권, 여신전문금융 회사채 등 고위험 채권 비중도 대폭 줄였다.

또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 방어 능력도 탄탄하게 갖췄다. 메리츠증권은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0년 부동산 PF 사업에 뛰어든 뒤 업계 최강자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업계에선 오랜 업력만큼 딜(거래) 심사 역량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희문 부회장은 주 1~2회 딜 리뷰 회의를 열어 실무진과 함께 사업별 리스크와 수익성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순위 딜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또 메리츠증권은 2020년부터 부동산PF 관련 대출자산과 우발채무를 크게 줄였다. 우발채무는 2019년 말 8조원대에서 작년 말 4조원대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핵심 경쟁력은 '선구안'이다. 리스크의 절대 크기보다 이를 구조화해 실익을 낼 수 있는지를 주목해 투자 가치를 선별한다. 이는 곧 메리츠증권의 다양한 프로젝트 발굴과 투자자산 다변화로 이어졌다. 메리츠증권 한 관계자는 "시장은 쉽게 1등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1등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가느냐"라며 "메리츠증권은 업계 순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질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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