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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톡톡] “사자의 풀 뜯기”…채권 붐 주도하는 삼성증권의 역발상

[스토리톡톡] “사자의 풀 뜯기”…채권 붐 주도하는 삼성증권의 역발상

기사승인 2022. 08. 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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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투자로 문턱 낮추고 매수 편의성 높여
개인 투자자 수요 예측 및 차별화로 흥행몰이
리테일 강화로 쌓은 노하우로 우량 채권 판매
"차별화된 금리 상품 지속 발굴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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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톡톡
"정글의 왕인 사자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사냥 대신 풀을 뜯어야 한다."

삼성증권 한 임원이 최근 자사의 변화를 두고 빗댄 말이다. 금리 상승기에 주식인 육식(브로커리지)에 목매지 않고 풀(채권)을 열심히 뜯기로 했는데, "풀도 많이 먹으면 살찐다"고 했다.

실제 삼성증권은 최근 국내 채권시장에서 파격적인 시도와 성과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주식시장을 떠난 '채린이(채권 초보자)'들을 타깃으로 틈새 시장 공략과 차별화 전략을 펼쳐 '대박'을 잇달아 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내놓은 채권 상품마다 짧은 시간 내 완판 기록을 세우며 채권 투자 열풍의 중심에 섰다.

무엇보다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의 역발상이 눈에 띈다. "채권은 고액 자산가나 '큰손'인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이란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시작했다. 최소 투자 단위를 1000원으로 낮춰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으로 손쉽게 매수할 수 있도록 편의성도 높였다. 당장 손에 쥐는 실익이 크지 않더라도 고객층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파격은 채권 시장의 변화와 수요 예측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주식시장을 이탈한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 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원금과 적정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고, 금리 상승기엔 저가로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리면 팔아서 시세 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관건은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상품을 파느냐였다. 채권 판매 기획 과정에서 오랜 시간 리테일 부문을 강화해온 삼성증권의 내공이 빛을 발했다. 우량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가동했고, 현대카드·현대캐피탈과 손을 잡았다. 삼성증권은 이달 초 두 회사가 발행한 '월 이자 지급식' 선순위 채권(AA 등급)을 판매했고, 1000억원 어치를 완판했다.

매월 이자를 주는 채권은 업계에서 첫 시도다. 발행 기업들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발행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그간 쌓아온 업력과 시장 신뢰도가 밑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 채권은 만기 1~3년에 연 3.7~4.4%(세전)의 수익률을 지급한다. 1억원을 넣으면 월 30만원(세후)을 받을 수 있다. 예측은 적중했다. 특히 정기적 수입이 없는 은퇴 생활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 세전 연 4%대 300억원 규모의 특판 채권도 27분 만에 전부 팔렸다.

삼성증권의 채권 판매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월 말 2000억원에서 이달 12일 누적 기준 4조원을 돌파했다. 강남 '큰손'들은 삼성증권 전담 PB(프라이빗 뱅커)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좋은 채권이 나오면 귀띔을 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삼성증권의 선전에 좌불안석이 된 경쟁사들이 부랴부랴 채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삼성증권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된다. 앞으로 이자지급 형태와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세일즈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확실히 차별화된 금리형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제시함으로써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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