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보기
  • 아시아투데이 로고
[마켓파워]정의선 지배구조 개편 딜레마…‘현대ENG-현대건설’ 합병 다시 시도하나

[마켓파워]정의선 지배구조 개편 딜레마…‘현대ENG-현대건설’ 합병 다시 시도하나

기사승인 2022. 08. 04. 11: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현대차그룹지배구조 현황, 개편시나리오
현대차그룹지배구조 현황, 개편시나리오
KakaoTalk_20220126_181219962
2018년 현대모비스 분할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시도 무산, 2022년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 연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경영권 강화 시도가 2018년에 이어 올해 초에도 좌절되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딜레마에 빠졌다. 4년 전에는 헤지펀드 엘리엇, 의결권 자문사들이 발목을 잡았다면, 올해는 주식·건설시장의 침체된 분위기가 악재가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연기 발표 후 "철회가 아닌 연기"라고 강조했지만, 바닥을 갱신하고 있는 시장 분위기때문에 "묘수가 없다"는 탄식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연기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시장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합병, 4년 전 시도됐던 현대모비스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안 등에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지배력은 약한 '지분 없는 총수'다.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2.02%이며, 현대차의 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중심에 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계속 거론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순환출자 해소를 압박했던 진보 정권에서 보수 정권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 회장이 최근 공개 석상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사업의 변화를 보면서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발언한 점 역시 개편 작업에 대한 기류 변화로 읽힌다. 정 회장이 보유한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가 지배력 강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정의선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통해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해 현대건설(38.62%)에 이은 2대주주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했다면 정 회장은 3000억~4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 돈으로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일부 확보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철회가 아닌 연기를 선언했지만, 침체된 시장 분위기때문에 상장 작업 재개 시점은 현재로선 불투명해 보인다.

상장 연기 후 시장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방안을 다시금 거론한다. 두 회사를 합병해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가치를 높인 후, 이를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한다는 시나리오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2위인 현대건설과 7위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한 식구가 된다면 막대한 수주력으로 글로벌 건설 시장을 장악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정 회장의 지분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최근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며 소액주주에 불리한 합병비율로 공분을 산 상황 처럼, 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이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을 야기할 수 있다. 합병 후 인력 조정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 등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4년 전 추진됐던 현대모비스 존속 모듈 사업의 쪼개기 상장도 지배구조 개편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현대모비스를 존속부문과 모듈·AS사업부문으로 나눈 후 상장, 이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 경우 정 회장은 단순 합병보다는 높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후 계열사 보유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지분 교환 등이 이뤄질 수 있다. 다른 계열사보다 많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0%)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합병 시 양사 사업의 시너지 확대와 수익성 제고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합병 비율 등에 대한 소액 주주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최근 대외적 상황, 정의선 회장의 발언 등을 감안하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통한 지배력 강화가 정해진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문재인 정부의 요청으로 진행된 사안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해 특별한 압박이 없는 상태라는 판단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지분구조는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현 시점에서 개편할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이 들어가고, 또 줄어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정 회장의 4월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2020년 12월 매입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가 승계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봇 시장이 커지면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상장한다면 정 회장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스마트 시티 등 건설 사업을 확장해 정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가 올라가면 이 역시 지배력 강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