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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때아닌 종이 파동…책 만들 종이 없어 출판계도 독자도 ‘막막’

獨, 때아닌 종이 파동…책 만들 종이 없어 출판계도 독자도 ‘막막’

기사승인 2021. 10. 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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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박람회
독일 프랑크푸르트 책 박람회의 상징이 된 부엉이 책장이 2019년도 박람회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사진=서주령 하이델베르크 통신원
최근 독일에서 인쇄용 종이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올해 안에 새로운 책을 인쇄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독일 출판업계는 전자책 발달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종이책을 고수하던 독일인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전환점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매년 10월 말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책 박람회를 앞둔 프랑크푸르트 중앙 박람회장은 최근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사전준비 및 인터뷰를 위해 모인 유럽내 대형 출판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대부분의 행사를 제한해야 했던 지난해 박람회 때 만큼이나 어둡다.

독일의 대표 출판사인 체.하.벡(C.H. Beck)사의 조나단 벡 대표는 18일(현지시간) 독일 경제전문 매거진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물류 병목현상의 여파가 확대되면서 책을 인쇄할 종이까지 바닥난 상태”라며 “현재 판매되는 잔여 재고 외 새책은 내년에야 다시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종이 부족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원자재 공급분야에서 진행 중인 병목현상, 주요 원료인 폐지 부족이 꼽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기업들이 신문지면 광고비를 아끼기 위해 매수를 줄이면서 지난 2년간 폐지량이 급속하게 줄어들은 탓이다.

그레고르 안드레아스 가이거 제지산업협회 대변인은 “폐지가 줄어들면서 폐지 가격도 급등했고 종이생산 과정 자체에 연쇄적인 문제가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펄프 가격이 크게 뛰면서 비용 자체가 올라간 것도 종이 생산량 급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년 이내 유럽내 펄프 가격은 60~100% 인상됐으며 결국 그 부담이 제지업계까지 이어졌다. 지난 39년 동안 유럽 제지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가격파동이다.

종이부족 상황은 궁극적으로 종이책 가격도 끌어올렸다. 앞으로 독일에서 30유로(한화 4만1300원) 미만으로는 양장본을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에 독일 출판업계는 도서 소비자들에게 장기적인 생산 문제가 예상되는 인쇄본 대신 전자책 구매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지속적인 홍보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종이책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독일 독자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차갑다. 독일서적거래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전자책 판매 점유율은 7.5%에 그쳤으며 협회측의 전자책 홍보가 집중된 올 상반기까지도 점유율은 7.9% 수준에 머물렀다.

이달 초 스벤 레게너, 율리 체, 프랑크 쉣칭 등 독일의 유명 작가를 선두로 한 약 150명의 문학계 유명인사들은 이달 초 한 자리에 모여 도서관내 전자책 대여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고 집회를 여는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전자책 사용 확대안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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