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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느리고 건방졌던 여고생, 세계 단거리 왕별로 ‘새 역사’

[도쿄 올림픽]느리고 건방졌던 여고생, 세계 단거리 왕별로 ‘새 역사’

기사승인 2021. 08. 0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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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Olympics Athletics <YONHAP NO-0099> (AP)
일레인 톰슨-헤라가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200m 결승에서 1위로 들어온 뒤 팔을 벌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
“처음 봤을 때 일레인 톰슨-헤라(29·자메이카)는 200m를 25초에 뛰는 C급 선수였다. 심지어 건방져서 육상 팀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자메이카 명문 유테크(자메이카공대)의 육상부 감독이었던 폴 프랜시스는 일간지 자메이카 옵저버를 통해 고교 시절 톰슨을 이렇게 회상했다.

느려 터진데다 버릇까지 없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선수였지만 프랜시스는 매의 눈으로 그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그리고 유테크 육상 팀에 깜짝 입학시켰다. 최고의 스승을 만난 톰슨은 무섭게 성장해 10년 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특급 여성 스프린터로 거듭난다.

톰슨은 지난 3일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여자 200m 결승에서 21초53(자메이카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지난달 31일 33년간 해묵은 올림픽 기록(10초61)을 깬 100m 질주에 이은 두 번째 금메달이었다. 이로써 톰슨은 리우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100m·200m를 석권했다. 여자 스프린터가 올림픽 2개 대회 연속 100m·200m에서 우승(더블-더블)한 건 톰슨이 역대 처음이다.

톰슨을 발굴한 프랜시스는 “이건 반짝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며 “그동안 그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생각하면 짜릿하다. 고교 때인 2009년 2등급 대회에서 100m를 12초01에 뛴 것이 최고 성적이었던 탓에 육상부에서 쫓겨나 1년을 쉬어야만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부상도 많이 당했다. 말투가 날카로워 건방지다고 오해 받는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톰슨은 총명하고 똑똑하며 훈련에 헌신해왔다.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덧붙였다.

최고 코치진과 동료들 사이에서 톰슨은 차근차근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대학 졸업 시즌에는 100m 기록을 10초92까지 끌어내리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떠올랐다. 프랜시스가 “이제 스타트만 빼면 긴장할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완벽해진 스프린터는 그렇게 세계를 호령하게 됐다.

톰슨은 2019년 10살 연상인 전 육상 선수 출신 코치인 데론 헤라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식 뒤 그는 “앞으로 톰슨-헤라라는 성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느끼는 모든 고통을 남편도 느낀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이렇게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것도 롱런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올림픽 더블-더블을 달성한 뒤에는 올림픽 채널과 인터뷰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성과”라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른 살을 바라보는 톰슨의 무한 질주에 우사인 볼트(35·자메이카) 은퇴 이후 다소 의기소침했던 자메이카가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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