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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해부대, 당신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입니다

[칼럼] 청해부대, 당신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입니다

기사승인 2021. 08. 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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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대한조선학회장
김현수 대한조선학회장
김현수 대한조선학회장
도쿄올림픽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4년이 아닌 5년 만에 열린 올림픽이지만 선수들은 저마다 나라를 대표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국민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과거와 다르게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격려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대표의 상징인 태극마크는 아무나 달 수 없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경기에 나서는 국가대표 운동선수, 나라를 지키는 군인 정도가 유니폼에 태극기를 부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군인도 국민을 대표해서 나라를 지키는 국가대표다. 이역만리 해외에서 파병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청해부대는 1진부터 35진까지 모두가 ‘내가 국가대표’라는 남다른 각오로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그런데 같은 국가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너무 다르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달 20일,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귀국했다. 이들은 이역만리 해역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우리 국민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비록 대다수 장병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이들은 반듯하게 정비된 군복을 입고 당당한 걸음으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에서 내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위로와 격려보다는 비난과 질책을 보냈다.

국민이 위험할 때 그곳이 사지(死地)인 줄 알면서도 임무수행을 위해 작전지역으로 나가는 것이 군인이다. 청해부대 34진도 마찬가지다. 방역상황이 열악한 줄 알면서도 해적에 피랍된 우리 국민을 구하기 위해 기니만으로 급파됐다. 이런 헌신으로 2일 피랍국민들은 모두 무사히 구출됐다. ‘임무 포기’ ‘작전 실패’ ‘세계 해군사의 불명예’와 같은 표현이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던져져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죽음을 무릅쓰고 이역만리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불가항력적인 감염병에 걸려 돌아온 군인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

군인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 ‘군바리’ ‘군무새’라는 단어로 군을 비하하고 민간에 비해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국군의 날을 맞아 군인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했다가 특혜 시비 논란에 휩싸였던 유명 커피회사의 이야기는 군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군은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이다. 담벼락에 금이 가면 원인을 찾아 수리하는 것이 정상이지 담벼락에 화풀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원인에 대한 조사와 책임은 시간을 두고 차분히 진행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다. 이역만리 바다에서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다 돌아온 청해부대원들에게는 격려와 위로가 먼저다. 그들은 모두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하던 누군가의 가족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파병임무를 수행했던 국가대표이다.

청해부대 34진은 임무를 포기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해군사에 불명예로 남지도 않을 것이다. 치료와 회복을 마친 장병들은 다시 함정으로 복귀해 바다로 나아가, 물류 안보라는 관점에서 우리나라 상선을 호위하며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임무를 수행할 것이고,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이다. 군은 명예를 먹고 사는 조직이다. 태극기가 갖는 명예와 가치는 유니폼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국가대표 선수를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처럼, 태극마크가 달린 군복을 입은 군인들에게도 언제나 감사와 믿음을 보내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청해부대 34진 장병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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