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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체크] 최창원의 ESG 경영…‘가습기살균제’ 해법에 달렸다

[CEO 체크] 최창원의 ESG 경영…‘가습기살균제’ 해법에 달렸다

기사승인 2021. 07.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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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가습기 참사 10년
최 부회장, 피해자에 사과했지만
200억원 규모 9개 소송 진행 중
배상·사회적책임 불신 쌓여있어
'파이낸셜 스토리' 강조한 SK호
그룹차원 특단의 대책 필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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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전사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선도하고 있지만, 최창원(56) SK디스커버리 부회장(대표이사)이 이끄는 SK케미칼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아 있다.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10년이 흘렀고 최 부회장이 한 차례 공식 사과한 바 있지만, 여전히 SK케미칼은 법원의 판결에 의존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참사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채 추진하는 ‘파이낸셜 스토리’(SK그룹 ESG경영 전략)가 미완성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1일 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손해배상청구, 구상금청구, 피해자구제특별법위반 등의 이유로 최소 9개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가액은 총 200억원대다. 주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손배해상을 청구하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당 등 정부기관이 피해지원에 대한 구상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SK케미칼은 환경부의 관련 자료제출 요구에 사실과 다른 의견을 제출했다가 기소당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재판 1심에선 홍지호 전 SK케미칼 전 대표 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 전 대표는 2002~2011년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원료로 만든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CMIT·MIT가 폐 질환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판결과 관련 “재판부의 과학적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취지의 의견을 쏟아냈다. 재판에서 증언에 나섰던 이규홍 안정성평가연구소 박사는 “동물독성시험 결과를 통해 CMIT·MIT의 인체피해 인과관계를 수차례 증언했으나 판결문에서 다른 취지로 증언을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으며, 피해자 63명은 최근 가습기살균제 피해 수기를 담은 ‘내 몸이 증거다’라는 책을 펴내며 재판부의 판단에 반박했다.

참사는 2011년 정부 역학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를 호흡기로 들이마셨을 때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 증상이 발현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알려졌다. 당시 다수의 산모와 아이들이 겨울 내내 가습기살균제를 마시고 봄에 죽어갔다고 전해진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신고된 피해자는 7490명이며, 사망자는 1677명이다. 신고자 중 4117명이 피해자로 인정 받았으며, 가해기업의 배상을 받은 피해자는 약 700명에 그쳤다.

SK케미칼이 만든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했다고 신고한 피해자는 1095명에 달한다. 또 SK케미칼은 자사 제품을 포함해 10여 종의 가습기살균제의 제조에 원료를 공급했다. 이에 최창원 부회장은 2019년 8월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송구하다”며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으며, “지금부터 마음을 열어놓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 관련부처와 피해자분들에게 경청하겠다. 저희가 현재 재판 중에 있는데 법적 책임을 피해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피해자 구제는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SK그룹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파이낸셜 스토리’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조를 해오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들에게 설득력 및 신뢰를 잃은 ‘허공에 울리는 꽹과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적도 주목된다. 최 회장은 지난 9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논하는 라이브 토크쇼에서 “우리의 문제가 왜 해결이 되지 않는지, 해결을 위해 어떤 지불, 즉 트레이드 오프(trade off)가 필요한지 등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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