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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 수위 ‘조절’ 북한 “우리 목표는 미국”… 대화재개 의식

비난 수위 ‘조절’ 북한 “우리 목표는 미국”… 대화재개 의식

기사승인 2021. 05. 3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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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지침 종료 비난하면서도 "미국을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따라 대할 것"
대화 여지 남겨
김여정 담화 등 정부 공식 성명 아닌 점, 악재 피해
북한 노동단체 '직업총동맹' 8차 대회…김정은, 참가자들에 서한
북한 노동당의 외곽 노동단체인 직업총동맹(직총) 제8차 대회가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에 대해 비난 논평을 31일 냈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지 열흘만의 반응인 데다 김여정 담화와 같은 정부 공식입장이 아닌 격을 확 낮춘 조선중앙통신 논평으로 수위를 조절해 향후 대화재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명철 논평원 명의의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 종료인가’라는 글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조치는 미국의 호전적인 대북정책과 그들의 수치스러운 ‘이중 언행’의 적나라한 상기”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정부의 공식입장을 전하는 관영매체지만, 이 같은 논평원 명의의 비난은 기존에 비해 격을 한참 낮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며 전시 상황인 한반도에 중대하고 불안정한 상황을 몰고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비난 메시지의 초점은 한국보다 미국에 맞춰져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의 목표는 남조선 군이 아닌 미국”이라며 향후 협상 테이블의 상대가 미국일 것이라는 점도 드러냈다. 게다가 비난 메시지를 이날 오전까지 영문으로만 발표해 미국을 겨냥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여기에 “미국을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따라 대할 것”이라고 강조해 향후 대화 재개 가능성도 남겨뒀다. 북한으로선 정부의 공식 성명이 아닌 개인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에 싣고 미국의 반응을 살펴 향후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의 이러한 노골적인 ‘대남패싱’은 향후 대화 재개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임기 말의 문재인정부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북한 외무성 고위 당국자 발 비난 메시지가 아니라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열흘 만에 낸 대외 반응이라는 점도 향후 대화 재개에 어떤 식으로 나올지에 대한 북한의 고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개인 성명의 담화에 대해 한·미 정부는 일일이 공식 대응할 만한 수준도 아니어서 대화 재개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낮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개인 명의의 글인 만큼 정부가 직접 논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비난이)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라 생각한다”며 “한 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북한의) 국제문제평론가 수준에서 한 이야기에 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공신력 있고 책임 있는 당국자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지켜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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