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박재윤 칼럼] 지식력 강화와 추종 탈피로 선진의식 키워야

[박재윤 칼럼] 지식력 강화와 추종 탈피로 선진의식 키워야

기사승인 2021. 05. 19. 18:0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K-방역 넘어 백신개발까지 나아가야
불과 3~4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를 향해 K-방역을 자랑하던 한국이 지금은 백신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8월 모 일간지에서 한국판뉴딜종합계획을 다루면서 “이 계획에 코로나19에 대한 예방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이를테면 ‘앤티코로나 뉴딜’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그것은 “구미선진국들이 할 일이라는 무의식 중의 의식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가 있다. 필자는 “한국의 의약학계 및 의약계의 수준과 능력으로 볼 때 앤티코로나 뉴딜은 한국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과제”임을 지적하고 그것이 성공했을 때의 막대한 인명상의 이익과 경제적 이익, 국가적 위상의 제고, 그리고 인류사회에의 기여 등을 생각하면, 앤티코로나 뉴딜은 한국판 뉴딜의 기존 3대 뉴딜에 또 하나의 뉴딜로 반드시 추가되어야 할 것임“을 지적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추이를 보면, 당초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그리고 ‘안전망 강화’ 등 3대 뉴딜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앤티코로나 뉴딜’은 전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이번달 3일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 5개사가 임상1·2상을 승인받은 상태라고 한다. 인류역사상 초유의 코로나19 백신개발이라는 이 어려운 과제를 5개사가 분립되어 추진하는 것은 그 성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과 전 의약학계의 적극적인 참여하에 5개사가 하나의 연구개발팀을 구성하여 추진해야 한다. 더구나 국내 인구규모가 개발백신의 임상시험을 신빙성 있게 추진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므로 인구규모가 비교적 큰, 적어도 1개 이상의 동남아국가와 임상시험을 공동추진해야 하는 사정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추종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국의 코로나19 백신개발의 부진은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에 아직도 선진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류사회가 해결을 필요로 하는 과제에 대하여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해결에 앞장 서겠다는 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선진의식의 결여는 한 국가의 사회적 능력의 부족과 추종의 관습에 기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약학계 및 의약계의 충분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한국이 백신개발에 선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그동안의 추종의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70년대 중반에 후진국권에서 중진국권으로 도약하여 중진국권의 선두에 서게 되기까지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을 충실히 습득하여 생산활동에 정확하게 활용하는 추종을 충실히 함으로써 추종의 관습이 체질화되어 있다. 사실 추종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의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추종의 관습에서 벗어나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선진의식을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추종의 관습에서 벗어나 선진의식을 가질 것을 학계와 언론계가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할 것이다.

Print
지식력을 강화해야
우리 사회가 선진의식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추종의 관습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선진능력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사회에 요구되는 선진능력은 지식력이다. 20세기말엽부터 인류사회가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이행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자본과 기술이 경쟁력의 원천이었지만, 지식사회에서는 지식력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되고 있다. ”정보를 이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하는 지식력은 정보력과 창의력, 협력력으로써 구성된다. 정보를 풍부하게 수집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정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한영바이링구얼이 되고 컴퓨터에 능통해져야 한다. 또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여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 내는 창의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주어진 과제에 대해 인류사회가 지금까지 어떠한 여건하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어떠한 성과를 거두었는가를 살펴 보고 시사점을 찾아내는 역사적 안목을 가져야 하고, 다른 국가들의 경쟁주체들이 어떠한 여건하에서 어떻게 접근하여 어떠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를 살펴 보고 시사점을 찾아내는 국제적 안목을 비롯해 주객전도, 선호파괴, 표준파괴, 기회창출, 영역파괴 등의 역발상을 도모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모든 사람들과 지혜와 힘을 모으는 협력력을 위해서는 동급자들과는 시너지를 추구하고 상하급자 간에는 파트너링리더십을 발휘하며 경쟁자들과는 어느 선까지 전체의 떡을 크게 만들어 각자의 몫을 크게 하는 승승사고를 가져야 한다. 위와 같이 국민 모두의 지식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 각 직장에서의 구성원들을 위한 교육·훈련과 영세상공업체 및 자영업체의 구성원들과 무직자들을 위한 지역사회에서의 교육·훈련을 포함하는 사회교육 전반에 걸쳐서 대대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고, 유아교육, 초등교육, 중고등교육, 대학교육 등 학교교육 전반에 걸쳐서 대대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사회교육과 학교교육 전반의 개혁을 통해 국민 모두의 지식력이 강화될 때 우리는 인류사회의 새로운 과제에 대하여 선진의식을 가지고 해결에 앞장설 수 있는 것이다.

2020년대후반에는 선진국권 도약해야
한국은 중진국권으로 진입한 지 반세기가 되는 2020년대 후반에 선진국권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이른바 ‘중진국함정’에 빠지게 된다. 중진국함정이라 함은 ”중진국권에 진입한 국가들이 종전의 후진국상태에 비해 크게 개선된 중진국상태에 만족하여 더 이상 발전의 노력을 계속하지 않음으로써 중진국권으로 진입한 지 반세기 안에 선진국권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중진국권에 영구히 머물거나 후진국권으로 추락하고 마는 현상“을 말한다. 1960년대 초에 중진국권에 있던 26개국 중에서 오늘날까지 일본과 아일랜드가 선진국권으로 복귀하고 싱가포르가 유일하게 선진국권으로 진입했을 뿐 17개국이 중진국권에 계속 머물러 있고 6개국은 후진국권으로 추락함으로써 중진국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한국이 중진국권으로 진입한 지 반세기가 되는 2020년대 후반에 후진국함정에 매몰되지 않고 선진국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의 지식력, 즉 정보력과 창의력과 협력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교육과 학교교육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이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학계와 언론계가 중심이 되어 한국 사회가 추종의 관습에서 벗어나 인류사회의 새로운 과제에 대하여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서 도전하는 선진의식을 발휘하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