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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1년..베를린 떠나 자연 속 사무실 찾는 베를리너들

‘재택근무’ 1년..베를린 떠나 자연 속 사무실 찾는 베를리너들

기사승인 2021. 05. 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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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친
베를린 외곽에 위치한 공유 임대사무실 ‘코워킹 렛친’ 사무실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 오랜 도심속 재택 근무로 지친 베를리너들이 좁은 아파트를 벗어나 인근 자연속 임대 오피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출처=렛친 공식홈페이지
베를린 서쪽으로 차를 타고 약 1시간 거리를 달리면 작은 마을 그로스부디케(Grosswudicke)에 도착한다. 검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단독주택들과 동독 시대가 끝날 무렵 지어진 녹색 건물이 간격을 두고 서 있는 이곳은 누가 보기에도 별다를 것 없는 전형적인 독일 북동부 시골 마을이다. 하지만 한적하기만 하던 이 마을은 이른 아침부터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이내 생동감이 넘친다. 작은 도심 아파트에서의 재택근무에 지쳐 전원 속 자리잡은 공유 사무실 ‘코워킹스페이스’를 찾아온 베를리너들이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베를린 외곽의 평범한 시골 마을 ‘그로스부디케’를 소개했다. ARD는 “전염병 대유행이 오래 지속될수록 대도시에서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폭발하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베를리너들이 원격으로 진행하는 업무과정 중에도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외곽 시골 지역의 ‘코워킹스페이스’로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플로리안 쿤츠 대표는 지난해 10월 그로스부디케 기차역 인근에 개인에게 임대하는 공용 사무실 ‘Waldstatt(발트슈타트)’를 설립하고 베를린과 인근 소재 기업 소속 재택 근무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공용 사무실 임대를 시작했다.

모든 임대 공간은 초고속 인터넷과 사무 가구 및 용품, 편안한 화상회의를 위한 대형 스크린을 갖추고 있어 개인별 비품이나 시설 준비 없이 누구나 바로 원격 업무에 착수할 수 있다. 다양한 규모의 사무실과 회의실 및 작업실도 갖추고 있다. 발트슈타트는 임대 시작 전부터 예약문의가 이어졌으며 지금까지 임대가 완료된 상태로 운영 중이다.

발트슈타트 개인 사무실에서 바라본 창밖의 풍경은 목가적이다. 숲과 호수가 있고 넓게 펼쳐진 들판에는 농장이 있다. 고운 모래가 깔린 호숫가 주변에는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정오가 되면 근처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고 근무자들은 건물을 나와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마을 광장으로 걸어간다. 메저 가족이 운영하는 광장 정육점에서는 발트슈타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지역 특산 소세지를 구워 점심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메저 가족은 “처음 ‘코워킹스페이스’가 생긴다는 얘기를 듣고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게 무엇이건 우리 지역 사회에 큰 활력을 붙어넣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주민 슈페판 팀은 “점점 더 많은 젊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사하고 싶어하면서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학교도 신설되고 있다”며 “한때 제한적인 근로환경에 고향을 등져야만 했던 젊은 사람들이 돌아오니 죽어가던 이 시골 마을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발트슈타트 건물을 손으로 가리켰다.

도심을 벗어나 시골에 짓는 ‘코워킹스페이스’ 바람은 베를린과 인접한 브란덴부르크주 전역으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 바트 벨직 지역에 설립된 ‘코코낫(Coconat)’은 세련되고 ‘웰빙’을 중시하는 환경으로 작업실을 임대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오더부르흐의 ‘렛친(Letschin)’은 색다른 근무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하루 12유로(약 1만6000원)의 임대료로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다. 캠핑카를 사무실로 개조해 호숫가나 숲속 등에 배치해 임대하는 아이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ARD는 코로나19로 일상화된 재택근무 시스템이 한 때 기회를 잃고 남겨진 도시 인근 지역에 새로운 발전 추진력을 제공하는 한편 도심에 집중된 인구와 상업을 모든 방향으로 분산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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