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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간이역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칼럼] 간이역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기사승인 2021. 04. 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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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민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
저녁 7시 55분, 능주역이 분주해진다. 경전선 광주에서 출발해 능주역에 정차하는 무궁화호가 들어선다. 역장과 역무원은 열차 맞이와 기차에서 내리는 촌로의 안내에 열심이다. 그렇게 마지막 기차를 보내며 손을 흔든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손현주의 간이역’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다. 시골마을 간이역을 배경으로 삶의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그려 화제다. 온통 시끌벅적한 예능 프로 중에 소소한 일상으로 차별화한 ‘힐링 예능’이다.

프로그램이 순항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사람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 이웃들이 있다. 멀리 있지만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어렴풋이 낭만의 대상으로만 기억해왔던 간이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간이역은 이용객이 적어 역장이 없는 역을 말한다. 이런 역이 전국에 250여개가 훌쩍 넘는다.

아쉽게도 간이역이 점점 사라져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사가 안 되고 운영이 어렵다. 주로 벽지에 있는 탓에 이용객이 많지 않다. 도로 교통 위주 개발에 밀린 탓도 크다.

그래도 철도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차마저 서지 않는다면, 발이 묶이고 물자가 멈추게 된다. 지역은 더욱 빠르고 깊게 쇠퇴할 수밖에 없다. 하루 한두 편이라도 기차가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간이역에 정차하는 무궁화호 열차 등 일반철도의 운영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일반철도는 매년 약 1조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KTX의 고속철도에서 생기는 수익으로 일반철도의 적자를 메워 최소한의 공공교통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코레일은 지난해 1조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 간이역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가 전라선까지 운행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고속열차가 정차하는 지역의 발전과 편익 증진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SR과 경쟁하고 있는 코레일의 경영이 더욱 악화돼 일반열차 운행에 더 큰 그림자를 지울까 우려된다. 그리고 나비효과로 간이역이 더 소외되지 않을지. 벽지노선 철도 이용객의 시름이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철도는 보편적 교통서비스 제공,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벽지노선에 사는 사람들의 하나뿐인 발이다. 고속철도 경쟁도 좋지만, 간이역이 사라지지 않는 방법부터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교통의 어젠다로 철도 공공성 강화와 국민 편익 증진을 내걸었다.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말이 나온 지 4년이 지났다. 아직 조용하다. 이 와중에 전라선에 SRT를 투입하는 것은 정부가 당초 발표한 정책방향과 반대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 누구나 보편적으로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진정한 공공성의 의미를 되새겨, 철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국민 편익을 높이는 현명한 해법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간이역과 벽지노선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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