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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책 불확실성으로 투자 줄인 게 아닌지 돌아봐야

[칼럼] 정책 불확실성으로 투자 줄인 게 아닌지 돌아봐야

기사승인 2021. 04. 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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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거시경제학은 국민소득, 총고용 등 총량거시변수들의 상관관계에 주목한다. 그래서 경제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불확실해지는 ‘정책 불확실성’의 문제, 더 나아가 사유재산권의 내용이 불확실해지는 ‘체제 불확실성(regime uncertainty)’의 문제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실 총량변수에 매달리다 보면 이런 문제는 잘 보이지 않고 또 계량화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덜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저명한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Frederic Bastiat, 법)는 겉으로 보이는 것(what is seen)보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what is not seen)을 잘 보라고 했었다. 정부가 기념관을 지었다면 ‘보이는’ 기념관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을 인력과 자원들을 다른 곳에 썼을 때 생산되었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란 뜻이지만, 정책 불확실성이나 체제 불확실성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스콧 베이커와 닉 블룸, 스티븐 데이비스 교수는 ‘보이지 않는’ 경제정책 불확실성을 이와 관련된 용어들이 얼마나 신문 기사에 오르내리는지 집계해서 ‘보이도록’ 지수화했다. ‘체제 불확실성’ 개념을 창안한 경제사학자 로버트 힉스(Robert Higgs)에게는 사유재산권에 주는 충격이 완전히 다른 정책 변화를 구별하지 않는 이런 지수화가 불편하겠지만 이런 지수의 추이는 경제정책에 참고는 될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과 여타 나라들에 대해 이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를 추정해서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큰 나라에 속하고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클수록 기업투자가 감소한다”는 지극히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을 함께 고려할 때 이런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느 나라보다도 투자가 그만큼 감소했을 것임을 추론해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조사대상 21개국 중 6번째로 높았고 증가율은 가장 높았다고 한다. 특히 이런 불확실성과 설비투자는 강한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그간 처리됐던 상법개정안 등 소위 ‘규제 3법’이나 중대재해법 등이 과도하게 기업들의 CEO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투자를 기피하게 했음을 뜻한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자체는 ‘잦은’ 정책의 변화를 의미할 뿐,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만약 경제 제도에 어떤 바람직한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런 변화에 적응하는 동안 발생할 불편은 견딜 만하다. 지하철이 뚫릴 때의 편리함을 위해 지하철 공사 동안의 불편은 견딜 만하다. 그러나 결국은 철거해야 할 너무 많은 신호등을 설치하는 데 따른 불편이라면 처음부터 설치하지 않는 게 좋다.

보통 대통령과 국회의 다수당이 다르면 정책 갈등으로 국정의 안정을 해치기 쉽고 그 반대면 국정이 안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총선에서 승리한 거대여당은 야당이나 경제계의 의견과 상관없이 ‘개혁’이란 이름으로 법적·제도적·정책적 변화를 추구했지만, 기업인들은 그런 변화를 잠시 불편하지만 견딜만한 ‘지하철 공사’와 같은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설비투자를 줄였으니 말이다. 정치지도자들이 “나라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 굽듯이 하라”는 노자의 충고를 되새겨봤으면 한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지그시 참지 못하고 이리저리 자꾸 뒤집을수록 살점이 달아나 가시만 남게 되듯이 정책도 기존의 것을 뒤집기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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