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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독일의 ‘잃어버린 세대’...직업교육 기회 놓친 코로나 시대 청년들

[월드&] 독일의 ‘잃어버린 세대’...직업교육 기회 놓친 코로나 시대 청년들

기사승인 2021. 04. 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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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맞춤식 직업 실무교육 올스톱
'22살 노아' 호텔리어 꿈 못 이루고 알바로 생계
전문가 "향후 기술인력 대란 우려"
직업훈련
독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로 직업 훈련과정을 밟는 청년들의 실무교육에 제동이 걸렸다. 교육채용을 통해 실무 교육을 진행하는 기업과 전문 인력이 교육 과정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미래의 숙련된 기술 인력 부족에 대한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독일 남부의 한 소도시 슈퍼마켓. 한때 촉망받는 호텔 매니저 연수생이었던 22살 청년 노아가 물건을 진열하고 있다. 2018년 8월 호텔 매니저로 직업훈련과정(Ausbildung·아우스빌둥)을 시작했던 노아는 호텔 경영학교에서 이론 교육을 받은 후 해외 호텔 1곳을 포함해 모두 3군데 유명 호텔과 12개월 실무연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령 강화로 2019년 여름 진행한 2개월간의 실무교육을 마지막으로 어떤 기회도 얻지 못하고 있다. 경력에 도움이 되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도 독일의 모든 매장이 영업 금지되면서 무산됐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것이 현재 할 수 있는 전부다.

코로나19 장기간 봉쇄령으로 독일 사회가 급격하게 얼어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타격이 큰 관광과 기계, 제조, 의류, 이벤트 업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눈앞에 닥친 경제난뿐 아니라 제대로 된 실무 교육을 받지 못한 다음 세대가 함께할 미래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독일 연방 통계청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신규 직업실무훈련 계약 건수는 동·서독 통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0년 46만5200명이 직업훈련 과정을 시작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9.4% 감소한 수치다. 연방 통계청은 금융 위기 당시에도 이렇게 낮은 수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산업과 무역 부문에서 새로 체결된 계약 건수는 11.9%로 가장 크게 줄었다. 다음으로 타격이 큰 기술업계는 지난해 대비 6.6% 떨어졌다. 독일중앙기술업협회(ZDH)에 따르면 직종별로는 미용사와 재단사, 호텔 매니저, 피부 미용사, 사진기술사 교육생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노아는 “내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다”면서 “한창 실무를 배우고 경력을 쌓아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잃어버린 세대’ 중 하나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했다.

노아는 “두 번째 실무교육은 2020년 5월에 시작됐어야 하지만 얼마 전 해당 고용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면서 “해당 호텔은 5월 중순 다시 문을 열긴 했지만 재정문제로 직업 연수자를 안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아는 “10월에 간신히 호텔 한 곳에 연수 자리를 얻어 출근했다”면서 “하지만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강력한 봉쇄령이 발효되면서 호텔은 다시 문을 닫았다”고 한탄했다.

독일의 직업훈련 과정은 직업학교에서 배우는 이론 공부와 함께 해당 직종 회사와 교육채용 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실무 연수 과정을 병행한다. 하지만 현재는 교육채용 계약을 담당하는 기업과 전문인력 업무가 중단되거나 단축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많은 실무교육 과정이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직업훈련 학교의 이론 교육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이론 과정을 마치고 실무 교육만을 남겨둔 학생들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없어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한스 페터 볼자이퍼 ZDH 협회장은 최근 지역 일간지 도나우 쿠리어와의 인터뷰에서 직업 훈련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볼자이퍼 협회장은 “가까운 미래에 숙련된 기술 인력이 부족해지는 문제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이론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중요한 교육 정보와 자료를 놓치거나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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