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극우정당(VB) 중고사이트에 상원의회 매물로 올려... VB, "쓸모없는 상원, 판매가는 단돈 1유로" 벨기에 누리꾼 반응, "VB은 모순덩어리지만 상원은 세금 먹는 하마가 맞다"
플란더스의 이익(VB) 상원 판매 광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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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더스의 이익(VB)당 소속 상원 원내 대표 히 다절레이르(Guy D‘haeseleer)가’상원 판매중(De Senaat te koop)‘이라고 적힌 팻말을 앞에 내려둔 채 상원의사당에 홀로 앉아있다./사진=VB 공식 홈페이지
“벨기에 상원을 단돈 1유로에 판매합니다. 더 이상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벨기에의 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벨기에 상원 의회’라는 황당한 매물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우파정당 ‘플란더스의 이익(VB)’이 “쓸모없고 필요도 없다”며 연방정부 상원 의회를 중고거래 사이트(2dehands.be)에 내놨다고 헛 니우스블라트(Het Nieuwsblad)를 비롯한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현재 이 중고 사이트에서 해당 매물은 내려간 상태지만 VB가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한 1분 남짓한 광고 영상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영상에는 반원형 상원의사당을 배경으로 VB소속 상원 원내 대표 히 다절레이르(Guy D‘haeseleer)가 “상원 판매중(De Senaat te koop)”이라는 팻말을 들고 등장한다.
다절레이르는 “한 해 상원에 4천만 유로(약 530억원)가 넘는 세금이 들어가지만 60명의 상원의원들이 최종 입법화되는 법안을 제안하는 것은 연평균 1건 뿐”이라고 지적하며 “더 논의할 필요없이 세금만 축내는 상원을 빠른 시일 내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원은 선거에서 패배하여 갈 곳 없는 정치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안전망”이라며 현 연방정부와 타 정당들이 상원 폐지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VB가 상원 의회에 책정한 금액은 단돈 1유로(약 1300원)였다. VB는 판매가가 낮은 이유에 대해 “구매자에게 맡은 책임 이상으로 상원직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는 상원 의장과 모든 정치인들을 상원의사당에서 내쫓을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매물로 나온 상원의사당은 벨기에 연방의회 건물 내에 위치해있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과거 오스트리아·프랑스·네덜란드 통치시기에 각각 브라반트 주권위원회·법원 청사·네덜란드 연합 왕국의회 등으로 사용됐다. 다절레이르는 “이 건물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박물관에서 기증한 예술품이 가득하다. 따라서 예술품 수집가들에게는 엄청난 수집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다절레이르는 “재정 악화로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점점 늘어가는 현 시점에 정치인들이 스스로 불필요한 정부기관을 제거한다면 (국민의) 정치적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새 주인이 이 아름다운 상원 의사당을 사회를 위해 보다 유용한 방식으로 사용하기를 바란다”며 광고 영상을 마무리 했다.
이 풍자 광고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많은 벨기에 누리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상원 의석을 7석이나 차지하고 있는 VB가 상원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다. 댁들이나 잘 해라”라며 비판하는 댓글도 여럿 달렸지만 “상원은 세금 먹는 하마”라는 메시지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상원 외에도 불필요한 정치조직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서유럽 강소국 벨기에는 전 국토의 면적이 한국의 경상도보다도 작지만 공식언어가 3개(네덜란드어·프랑스어·독일어)나 되며 언어에 따른 지역 갈등으로 인해 정치적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연방정부 외에도 지역권·언어권 별로 6개의 지역정부 및 공동체 정부가 있어 총 7개의 정부가 존재하며 의회도 8개에 이른다. 이외에 중복되는 정부부처가 많기 때문에 평소 벨기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세금을 애먼 데에 낭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안 그래도 높은 세금에 불만이 많은 벨기에 국민들에게 정부의 세금 운용은 예민한 문제로 다가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벨기에의 조세부담률(GDP 대비 조세 비율)은 30.7%로 OECD 회원국 평균(24.9%)보다 5.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