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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상원을 단돈 1유로에 판매합니다”

“벨기에 상원을 단돈 1유로에 판매합니다”

기사승인 2020. 12. 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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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극우정당(VB) 중고사이트에 상원의회 매물로 올려...
VB, "쓸모없는 상원, 판매가는 단돈 1유로"
벨기에 누리꾼 반응, "VB은 모순덩어리지만 상원은 세금 먹는 하마가 맞다"
플란더스의 이익(VB) 상원 판매 광고 영상
플란더스의 이익(VB)당 소속 상원 원내 대표 히 다절레이르(Guy D‘haeseleer)가’상원 판매중(De Senaat te koop)‘이라고 적힌 팻말을 앞에 내려둔 채 상원의사당에 홀로 앉아있다./사진=VB 공식 홈페이지
“벨기에 상원을 단돈 1유로에 판매합니다. 더 이상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벨기에의 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벨기에 상원 의회’라는 황당한 매물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우파정당 ‘플란더스의 이익(VB)’이 “쓸모없고 필요도 없다”며 연방정부 상원 의회를 중고거래 사이트(2dehands.be)에 내놨다고 헛 니우스블라트(Het Nieuwsblad)를 비롯한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현재 이 중고 사이트에서 해당 매물은 내려간 상태지만 VB가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한 1분 남짓한 광고 영상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영상에는 반원형 상원의사당을 배경으로 VB소속 상원 원내 대표 히 다절레이르(Guy D‘haeseleer)가 “상원 판매중(De Senaat te koop)”이라는 팻말을 들고 등장한다.

다절레이르는 “한 해 상원에 4천만 유로(약 530억원)가 넘는 세금이 들어가지만 60명의 상원의원들이 최종 입법화되는 법안을 제안하는 것은 연평균 1건 뿐”이라고 지적하며 “더 논의할 필요없이 세금만 축내는 상원을 빠른 시일 내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원은 선거에서 패배하여 갈 곳 없는 정치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안전망”이라며 현 연방정부와 타 정당들이 상원 폐지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VB가 상원 의회에 책정한 금액은 단돈 1유로(약 1300원)였다. VB는 판매가가 낮은 이유에 대해 “구매자에게 맡은 책임 이상으로 상원직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는 상원 의장과 모든 정치인들을 상원의사당에서 내쫓을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매물로 나온 상원의사당은 벨기에 연방의회 건물 내에 위치해있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과거 오스트리아·프랑스·네덜란드 통치시기에 각각 브라반트 주권위원회·법원 청사·네덜란드 연합 왕국의회 등으로 사용됐다. 다절레이르는 “이 건물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박물관에서 기증한 예술품이 가득하다. 따라서 예술품 수집가들에게는 엄청난 수집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다절레이르는 “재정 악화로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점점 늘어가는 현 시점에 정치인들이 스스로 불필요한 정부기관을 제거한다면 (국민의) 정치적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새 주인이 이 아름다운 상원 의사당을 사회를 위해 보다 유용한 방식으로 사용하기를 바란다”며 광고 영상을 마무리 했다.

이 풍자 광고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많은 벨기에 누리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상원 의석을 7석이나 차지하고 있는 VB가 상원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다. 댁들이나 잘 해라”라며 비판하는 댓글도 여럿 달렸지만 “상원은 세금 먹는 하마”라는 메시지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상원 외에도 불필요한 정치조직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서유럽 강소국 벨기에는 전 국토의 면적이 한국의 경상도보다도 작지만 공식언어가 3개(네덜란드어·프랑스어·독일어)나 되며 언어에 따른 지역 갈등으로 인해 정치적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연방정부 외에도 지역권·언어권 별로 6개의 지역정부 및 공동체 정부가 있어 총 7개의 정부가 존재하며 의회도 8개에 이른다. 이외에 중복되는 정부부처가 많기 때문에 평소 벨기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세금을 애먼 데에 낭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안 그래도 높은 세금에 불만이 많은 벨기에 국민들에게 정부의 세금 운용은 예민한 문제로 다가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벨기에의 조세부담률(GDP 대비 조세 비율)은 30.7%로 OECD 회원국 평균(24.9%)보다 5.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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